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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K리그1 최다골 주민규 "비결은 벤투 감독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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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연속 리그 최다골을 기록한 제주 공격수 주민규. 김현동 기자

2연속 리그 최다골을 기록한 제주 공격수 주민규. 김현동 기자

 "절반의 성공이죠. 목표였던 20골을 넣지 못해서 조금 아쉬워요."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만난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주민규(32)는 올 시즌 활약에 대해 이렇게 자평했다. 주민규는 지난 23일 막을 내린 2022시즌 K리그1에서 17골을 터뜨렸다. 이로써 그는 2년 연속 정규리그 최다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엔 22골을 터뜨려 득점왕을 차지했다. 제주 구단에 따르면 2연속 리그 최다골을 기록한 국내 선수는 1983년 프로 출범 후 주민규가 처음이다.

주민규는 골 욕심만 부린 게 아니다. 특급 도우미 역할도 했다. 도움 7개로 어시스트 부문 6위에 올랐다. 주민규는 "나를 기용해준 남기일 감독님과 골 찬스를 열어준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활약이 꾸준한 골잡이, 연계 플레이도 잘하는 공격수라는 사실을 증명해서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11을 차지한 주민규. 뉴스1

K리그 시상식에서 베스트11을 차지한 주민규. 뉴스1

제주 구단에 유독 애정이 많은 주민규. 팀과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뛴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김현동 기자

제주 구단에 유독 애정이 많은 주민규. 팀과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뛴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김현동 기자

그가 올 시즌을 '절반의 성공'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또 있다. 최다골을 넣고도 2연속 득점왕을 놓쳐서다. 리그 최종전을 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주민규는 17골로 득점 선두였다. 2위 조규성(15골)에 두 골 앞섰다. 그러나 최종전에서 상황이 바뀌었다. 주민규는 울산 현대를 상대로 골 침묵했다. 반면 조규성은 2골을 몰아쳤다. 똑같이 17골을 기록한 조규성(31경기)은 주민규(37경기)를 제치고 득점왕에 올랐다.

K리그 규정에 따르면 득점 수가 같을 때 출전 경기 수가 적은 선수가 득점왕을 받는다. 주민규가 득점 1위 자리를 끝까지 지켰더라면 K리그 사상 첫 한국 선수 득점왕 2연패를 달성할 수 있었다. 주민규는 "득점왕 욕심에 조급했다. 골 찬스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서두르다 놓쳤다. 누굴 탓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민규는 지난해 득점왕 출신이다. 외인천하를 끝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김현동 기자

주민규는 지난해 득점왕 출신이다. 외인천하를 끝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김현동 기자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한 주민규는 오기로 더 많이 뛰었다. 뉴스1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한 주민규는 오기로 더 많이 뛰었다. 뉴스1

주민규는 올 시즌 많은 골을 넣은 비결을 묻는 말에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벤투 감독 부임 후 단 한 번도 대표팀에 발탁되지 않았다. 오기가 생긴 그는 '적어도 K리그에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마음을 뛰었다. 주민규는 "태극마크는 꿈인데, 테스트 받을 기회도 없어서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선수 발탁은 감독님의 권한이니 결정에 대해선 존중한다"면서 "대표팀에 뽑히진 않은 대신 'K리그 내 국가대표 공격수들에게 절대 지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죽기 살기로 뛰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타까워할 시간이 없다. 신인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 올겨울 골 결정력을 더 갈고닦겠다. 내년엔 또 다른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주민규는 9년간의 무명 생활을 딛고 '연습생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2013년 참가한 K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연습생으로 당시 2부리그 팀 고양HiFC(해체)에 입단했다. 연봉은 2000만원. 그는 2015년 2부리그 창단 팀 서울 이랜드FC에 입단하면서 포지션을 공격수로 바꿨다. 주민규의 체격(1m83㎝·82㎏)과 공격 본능을 눈여겨본 마틴 레니 당시 이랜드 감독의 권유 때문이다. 그는 이랜드 입단 첫해 23골을 터뜨리며 2부리그를 평정했다.

내년엔 더 많은 골을 넣겠다고 다짐한 주민규(왼쪽). 사진은 토트넘 방한 경기 때 해리 케인(가운데)와 몰 경합하는 모습. 뉴스1

내년엔 더 많은 골을 넣겠다고 다짐한 주민규(왼쪽). 사진은 토트넘 방한 경기 때 해리 케인(가운데)와 몰 경합하는 모습. 뉴스1

2019년 꿈에 그리던 1부 울산 현대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1부 벽은 높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5골에 그쳤고, 결국 2020년 2부 팀이었던 제주로 옮겼다. 주민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고 6년 선배이자, K리그 역대 득점 3위(121골)의 레전드 공격수 정조국 제주 공격 코치를 만나 이듬해 생애 첫 득점왕에 올랐다. 주민규는 "내 축구인생은 좌절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30대에 전성기가 올 줄 누가 알았나"라면서 "내년엔 다시 20골 고지를 밟아서 득점왕과 태극마크를 모두 잡겠다. 주민규의 '연습생 신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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