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역적자 부추긴 강달러…KDI "2~3분기 적자 60억 달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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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21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나타난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무역수지 적자가 6개월간 60억 달러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은 급격한 환율 변동이 역대급 무역적자 행진을 부추긴 셈이다.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환율 변동이 수출입과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공개했다.

최근 연이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 대비 원화값은 1400원대를 훌쩍 넘기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외환 시장이 '강달러'로 출렁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을 높여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KDI에 따르면 이러한 강달러 현상이 단기적으론 무역적자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달러화 가치가 급등(원화값 하락)한 올해 2~3분기 무역수지 변화를 살폈더니 원·달러 환율 변동은 무역적자를 20억 달러 줄이는 데 기여했다. 반면 한국을 뺀 전 세계 국가의 달러 대비 환율 변동은 적자 폭을 80억 달러 키우는 쪽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수출입·환율 상황을 종합하면 2~3분기에만 무역적자 폭이 당초보다 60억 달러(약 8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10월 20일까지의 연간 누적 무역적자 338억4300만 달러(약 48조4000억원)의 17.7%에 달한다. 올해 무역적자는 이미 1996년(206억2400만 달러)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찍고 있다. 월별 무역수지 마이너스 행진도 7개월 연속 이어질 위기인데 환율이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 셈이다.

21일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21일 부산항 신선대·감만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뉴스

다만 강달러 추세는 중장기적으로는 점차 국내 무역수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올해 2분기~2024년 2분기 2년 동안 무역 흑자를 68억 달러 늘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김준형 KDI 연구위원은 "올 2~3분기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전반적인 교역을 위축시켜 무역적자를 키웠지만, 점진적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조정 영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향후 무역적자 폭을 줄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환율 변동이 무역수지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화값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석유류, 전기·가스 요금 등 수입물가와 연동된 품목의 가격 상승이 취약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선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환율의 거시 경제 안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국제 상품 교역에서 원화 거래 활성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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