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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탄방어 민주, 수렁 빠졌다"…檢이 건질것 없는 압색 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검찰이 2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소재한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했다. 민주당 의원 및 당직자들의 실력 저지로 19일 압수수색 시도가 무산된 뒤 닷새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이날 오전 8시 45분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8층에 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냈다. 다만 김 부원장 측 변호인 입회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제 압수수색은 오후 2시부터 시작해 오후 4시쯤에 끝마쳤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대상은 민주당이 아니라 별도법인인 민주연구원의 피의자 개인 근무공간이며, 법원으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하는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향후 관계자들이 적법한 공무집행에 협조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2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차량에 탑승해 철수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날 압수수색에선 검찰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컴퓨터에서 문서 파일 6개만 가져갔다고 밝혔다. 뉴스1

24일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차량에 탑승해 철수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날 압수수색에선 검찰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컴퓨터에서 문서 파일 6개만 가져갔다고 밝혔다. 뉴스1

검찰 비판하며 울먹인 이재명

민주당은 이날도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며 "(내일이) 대통령 시정연설인데 오늘 이렇게 압수수색을 강행하겠다고 하는 데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좀 어렵다"고 검찰을 성토했다. 이 대표는 발언 도중 다소 울먹이기까지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국정감사 도중에 야당의 중앙당사 침탈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정당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규탄하기도 했다.

법조계 "민주당, 수렁에 빠졌다"

법조계에서는 이날 압수수색의 성공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이 불법 대선자금이란 수렁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애초에 큰 실익이 있는 강제집행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김 부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지난달 부원장에 취임했기 때문에 부원장 사무실에 범죄혐의와 관련한 별다른 증거가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부원장이 사무실에 별로 출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뭔가 나오면 좋고, 소득이 없어도 크게 아쉬울 게 없는 압수수색”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검찰이 재차 압수수색을 시도한 건 대선자금 수사를 위한 명분쌓기 의도란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대선자금 수사라는 메가톤급 이슈를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나름의 여론 조성이 필요한데, 민주당이 압수수색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노출해 국민 여론을 환기시키기 위한 것이란 얘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압수수색을 용인하기는 어려웠겠지만, 검찰 수사에 육탄방어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이면서 마치 비리 집단처럼 인식이 될 빌미를 줬다”고 꼬집었다.

또 김 부원장에 대해 검찰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점도 수사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대선자금 수사'라는 점이 확고해졌기 때문이다. 만일 김 부원장에 대해 대가 관계를 전제로 한 뇌물죄 등을 먼저 적용할 경우에 형량 등 혐의는 더 세질 수 있지만, 민주당측에서 '사적 일탈'로 정리할 퇴로가 생길 수 있다.

2019년 12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판교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손 하트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를 하며 “김용 전 대변인은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용 부원장 블로그 캡처]

2019년 12월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판교에서 열린 ‘김용의 북콘서트’에 참석해 손 하트를 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축사를 하며 “김용 전 대변인은 뜻을 함께하는 벗이자 제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용 부원장 블로그 캡처]

한동훈 "법원발부 영장 막는 건 범죄 영역"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검찰 수사의 명분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하며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지만,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힘으로 막고 물건을 던지는 것은 범죄의 영역"이라며 "정당한 범죄를 수사하는 쪽이 아니라 비호하는 쪽이 사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을 막는 민주당 관계자들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수사 명분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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