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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서영의 별별영어] 스트레스(Stress)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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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호 31면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아는 단어인데 영어권에선 발음이 달라 당황한 적 있으세요? 바나나와 카메라를 알아듣지 못해 곤란했다는 일화를 들었는데요. 영어 말소리, 한국어와 참 다르죠.

가장 큰 원인은 ‘강세’, 즉 ‘스트레스(stress)’입니다. 예컨대 한국어의 ‘아버지’는 음절 하나하나가 비슷한 길이와 강도로 발음되지만 영어는 안 그래요. 즉, ‘banana’는 ‘바나나’보다는 ‘버내너’로 둘째 음절이 다른 음절보다 강하고 길며, ‘camera’는 ‘카메라’보다는 ‘캐머러’로 첫음절이 그렇죠. 이렇게 한 음절이 강하고 길어지는 것이 강세입니다.

모든 영어 단어엔 액센트라고도 부르는 주강세가 있고 긴 단어엔 제2, 제3 강세도 있어요. 강세 없는 모음은 제 빛깔을 잃고 약화되어 ‘어’나 ‘이’ 정도 소리가 되기 때문에 강세를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강세의 위치는 규칙성이 있긴 하지만 복잡하고 예외도 많아요.

심지어 철자가 같은 단어도 강세에 따라 소리와 의미가 다릅니다. 즉, ‘rebel’이 명사 ‘반항하는 자, 폭도’의 의미일 때는 첫음절에 강세가 있어 ‘레블’이지만, 동사 ‘반항하다’일 때는 둘째 음절에 강세가 와서 ‘리벨’로 발음해요. 이렇게 명사일 땐 첫음절, 동사일 땐 끝음절에 강세가 오는 단어로 addict, address, convert, import, export,  permit, present, project, record가 있습니다. 즉, ‘Keep the record’와 ‘Record your voice’에서 record의 소리가 다르죠. 명사면 ‘레꺼ㄹ드’에, 동사면 ‘리코ㄹ드’입니다.

접사가 붙으면 강세의 위치가 변합니다. 예컨대 형용사 ‘real’은 접미사 ‘-ity’가 붙어 명사가 되면 ‘리얼리티’가 아닌 ‘리앨러티’로 발음되는데 이는 주강세가 두 번째 음절로 옮겨가기 때문이지요.

이런 강세의 특징 때문에 눈으로만 단어를 익히면 안 됩니다. 예컨대 ‘re’음절은 강세 있는 recipe, recreation, renovation의 경우 ‘레서피, 레크리에이션, 레너베이션’으로 강하게 ‘레’ 소리가 나지만, 강세 없는 refer, recover, remind에선 ‘리퍼, 리커버, 리마인드’로 약하게 발음돼요. 자칫 ‘리노베이션’이나 ‘레퍼’라고 하면 소통이 어렵죠.

강세는 발음기호의 모음 앞([rˈɛkərd])이나 철자 위에 (récord) 표시해 나타냅니다. 말소리를 글로 이해하기 어려운데 요즘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소리를 들어볼 수 있죠.

그러니 발음이 알쏭달쏭한 단어를 만나면 강세가 지배하는 영어 말소리의 원리를 떠올리며 소리를 확인해 보세요. 이것만으로도 영어 스트레스는 절반쯤 날아갈 겁니다.

채서영 서강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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