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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빅3 경기 위축에 앞으로도 수출 부진 지속될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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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호재는 없고 악재만 쌓여있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향후 한국의 수출 여건과 경상수지를 전망한 결과 수출은 개선될 가능성이 적은 데다, 해외여행 등으로 나라 밖으로 나갈 달러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경상수지 개선에 기댈 곳은 유가 하락뿐이다.

한국은행이 19일 ‘BOK 이슈 노트 : 향후 수출 여건 점검 및 경상수지 평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327억1400만 달러(1월~10월 10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4월 이후 매달 적자만 쌓이고 있다. 무역적자가 커지며 지난 8월 경상수지는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8월 기준으로는 2008년 8월(-38억5000만 달러) 이후 첫 적자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의 주요 수출 대상국인 ‘빅3’(미국·중국·유럽연합)의 경기 위축으로 한국의 수출 위축 폭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세계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대비 13.9%가 감소했다.

향후 1년(22년 2분기~23년 2분기)간 이들 주요 수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로 세계금융위기(1.9%) 때보단 높지만, 중국 성장 둔화 시기(4.5%)나 유럽재정위기(4.7%) 등에 비해서는 낮다. 이에 보고서는 “향후 한국 수출의 부진이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8월 반도체 수출은 26개월 만에 1년 전과 비교해 역성장(-7.8%)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보고서는 향후 IT 수출이 당분간 자동차 등 비(非)IT 수출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지역별로는 중국 관련 전망이 특히 어둡다. 보고서는 “중국의 자립도 상승 및 경쟁 심화로 중간재 등의 수출 여건은 점점 악화할 우려가 있고, 소비재 수출도 한국 제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낮아(21년 3%) 단기간 내 반등하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5일 “한국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 구조도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에서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전망도 어둡다. 수출 둔화세 심화에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개선은 더딜 전망이다. 서비스수지 적자 폭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여행이 늘며 여행적자가 늘고, 물동량 둔화로 운송수지 흑자가 축소될 수 있어서다. 높은 에너지 가격에도 수요가 줄지 않아 경상수지 개선 여부는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 요인에 달려 있다.

주욱 한은 조사국 과장은 8월 이후 월간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에 대해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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