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친개엔 몽둥이가 약” 與대표 정진석은 왜 터프가이가 됐나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최근 국민의힘에서 ‘이슈 파이팅’에 가장 적극적인 정치인은 당 대표격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다. 정 위원장은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부터 대야(對野) 공세까지 선봉에 서서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정 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북한의 연속된 도발과 관련해 “미친개에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1976년 판문점에서 일어난 북한의 도끼 만행 사건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인데 이를 인용한 것이다. 정 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도 “김정은의 생존전략이 분명해졌다. 동북아의 ‘미친개’가 돼서 미국, 한국, 일본과 죽도록 맞서 싸우겠다는 전략”이라고 썼다.

김문수 발언도 옹호한 정진석

논란에 휩싸인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옹호한 이도 정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의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발언이 지나쳤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정 위원장은 16일 페이스북에 “문 전 대통령이 ‘김일성주의’를 추종하는 사람이 아닐까 의심하는 사람이 김문수 한 사람뿐인가”라고 썼다. 또 “김문수의 발언에 이렇게 재갈을 물려서야 되겠냐”며 표현의 자유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 등을 맛보고 있다. 뉴스1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 등을 맛보고 있다. 뉴스1

정 위원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친일 국방”이라며 ‘친일 프레임’을 들고나오자 적극 반격을 하기도 했다. 정 위원장은 “이재명의 일본군 한국 주둔설은 문재인의 ‘김정은 비핵화 약속론’에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망치는 양대 망언이자 거짓말”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정 위원장의 메시지는 국민의힘 ‘투 톱’ 중 다른 한 명인 주호영 원내대표와 대비되며 더 주목받고 있다. 주 원내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는 지난해 9월이 마지막일 정도로 공식 회의 모두발언 외엔 메시지를 자제하고 있다. 반면 정 위원장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정 위원장 측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정부를 지원하고, 야당 공격엔 방어하는 메시지를 내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관리형 비대위’보다는 ‘혁신형 비대위’에 가깝게 비대위를 운영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활동 반경도 넓은 것”이라고 말했다.

윤핵관 2선 후퇴 때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정 위원장의 강한 메시지의 배경엔 여권 내부의 변화한 정치 역학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TK(대구·경북) 한 의원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2선 후퇴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윤핵관이 2선으로 후퇴하면서 ‘친윤’(친 윤석열)계 내부 구심점의 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정 위원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강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입당을 권유하는 등 윤 대통령의 정치 시작 초반엔 ‘친윤’ 핵심으로 꼽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입당 뒤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 자리를 ‘윤핵관’들이 차지했다. 비대위원장으로 당 권력의 정점에 오른 정 위원장이 다시 ‘친윤’계 핵심으로 부상하려고 한다는 게 당 일각의 시각이다. 실제 정 위원장의 최근 메시지를 보면 김문수 위원장 옹호 등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과 거리를 좁히는 데 초점이 맞춰 있다.

다만 비대위원장의 메시지가 너무 앞서간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 대표 역할을 하는 비대위원장의 메시지가 너무 세면 야당과의 대화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이 대표가 친일 프레임을 제기하자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가 식민사관이라는 야당의 반격을 받기도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