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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통행 반대"…3분 거리를 30분 돌아가는 '낙동강 불통 다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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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경북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강정고령보 모습. 뉴스1

대구 달성군 다사읍과 경북 고령군 다산면을 잇는 강정고령보 모습. 뉴스1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교 앞. 저녁 어스름이 내려오고 있는 시간에도 다리 밑에 20여 명이 모여 있었다. 이들 사이에는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최재훈 대구 달성군수와 이남철 경북 고령군수도 눈에 띄었다.

두 단체장은 나란히 서서 꽃으로 장식된 점등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그러자 사문진교 교량 하부에 경관조명이 켜지고 교량 양쪽 끝부분에는 미디어파사드(건물 외벽에 LED 조명을 비춰 영상을 표현하는 기법)가 춤추듯 일렁이기 시작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둔 이웃 지자체인 달성군과 고령군이 함께한 상생 사업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달성군과 고령군이 2020년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추진한 ‘사문진교 야관경관개선사업’은 두 기초단체가 각각 10억원씩 분담했다. 대구·경북 청년작가 4인이 낙동강과 빛, 사람을 주제로 한 작품을 빛으로 표현해 달성과 고령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선보이겠다는 취지다.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교 경관조명 점등식에 참석한 (왼쪽부터)서도원 대구 달성군의회 의장, 최재훈 달성군수, 이남철 경북 고령군수, 김명국 고령군의회 의장이 점등 스위치를 누르고 있다. 사진 달성군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사문진교 경관조명 점등식에 참석한 (왼쪽부터)서도원 대구 달성군의회 의장, 최재훈 달성군수, 이남철 경북 고령군수, 김명국 고령군의회 의장이 점등 스위치를 누르고 있다. 사진 달성군

이처럼 올해 지방선거에서 새로 당선된 두 지역 수장이 상생협력사업을 본격화하면서 10년 넘게 자동차 통행을 둘러싼 두 지자체의 분쟁도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른바 ‘불통 다리’라는 오명을 쓴 우륵교 얘기다.

우륵교는 달성군과 고령군을 잇는 길이 810m 폭 13m의 다리다. 2012년 낙동강 4대강 보 중 하나인 강정고령보가 준공될 때 자동차가 오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교행이 가능하도록 왕복 2차로로 건설됐고 43t의 하중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막상 우륵교가 개통될 때는 일반 자동차 통행금지 상태로 개통됐다. 자동차 통행용 다리가 아니라 보 유지·보수 관리 차 전용 다리라는 이유였다. 응급 상황이 아닌 이상 걸어서 건너거나 자전거 통행만 허용됐다. 현재 우륵교 진입 구간은 차단봉으로 막아놨다.

고령군 다산면에서 우륵교를 통해 달성군 다사읍으로 진입하려면 2㎞ 정도면 충분하다. 이 방법이 아니면 화원읍 사문진교로 우회해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 3분이면 갈 거리를 30분 이상 돌아가야 한다. 고령군 측의 주장에 따르면, 우륵교 통행 불가에 따른 경제적 피해는 물류비만 연간 300억원 이상이다.

고령 주민들은 우륵교 자동차 통행을 개통 시점부터 요구해 왔다. 반면 달성 주민들은 “우륵교에 일반 자동차가 통행하면 교통이 더욱 혼잡해지고 디아크 문화관 주변에 조성된 상권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갈등이 길어지자 국민권익위원회가 다양한 중재안도 제시해 봤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10년째 두 지자체 주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우륵교는 ‘불통의 상징’이 돼버렸다.

2018년 10월 10일 강정고령보에서 당시 경북 고령군의회 의원들이 강정고령보 우륵교 차량통행 개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고령군의회

2018년 10월 10일 강정고령보에서 당시 경북 고령군의회 의원들이 강정고령보 우륵교 차량통행 개통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고령군의회

전임 김문오 달성군수와 곽용환 고령군수가 모두 3선 연임 제한으로 물러난 만큼, 고령군 측은 새 단체장 의지를 통해 우륵교 갈등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지난달 27일 고령군의회 제282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고령군 발전과 군민 생활편익, 지방소멸 방지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우륵교 자동차 통행이 필요하다”며 “고령·달성 민간 공동행사 개최와 상호 방문 등으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달성군은 주민 반대가 거센 만큼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달성군 관계자는 “강정고령보 인근 다사읍 주민 반대가 거세다. 지역 주민 여론을 수렴해 고령군과 협의를 해나가는 한편 우회 구간의 거리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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