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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절벽인데 규제 여전…부동산 시장 경착륙 공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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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호 01면

시장이 멈춰 섰다. 대출 규제와 잇단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미분양 증가에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거래절벽’이 집값 급락, 건설사 줄도산과 같은 부동산 시장 경착륙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경제에도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6.9로 지난주(77.7)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2019년 6월 둘째 주(76)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금리 인상과 규제 탓에 거래는 안 된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올 들어 8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38만5391건으로, 지난해 8월 73만7317건의 절반 수준이다.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kim.yirang@joins.com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아파트값은 5월 마지막 주부터 20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0.22% 떨어져 9년 10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올해 들어서만 미분양이 1만5000가구가량 늘어나면서 건설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도 지난해 말 0.18%에서 6월 말 기준 0.5%로 치솟는 등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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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보폭을 넓히고 있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너무 빨리 금리가 급등하면서 개인이나 기업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가 단기간에 3%포인트 인상되면 시장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거래 절벽을 해소할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규제 완화에도 소극적이다.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지방의 규제지역은 대부분 해제했지만, 서울·수도권 규제지역은 풀지 않고 있다. 취득세율 중과나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금지도 여전해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서울에는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이 거의 없는 데도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 금지 규제도 건재하다. 문관식(닉네임 아기곰) 부동산칼럼니스트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규제 수준이 50이었다면, 정권 말기에는 100으로 치솟았다”며 “현재 거래 절벽에 경기 침체 공포로 시장이 냉각되고 있음에도 규제 수준은 여전히 95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래가 끊기면서 기존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집에 입주하지 못하는 일이 늘고 있고, 집값이 전셋값보다 떨어지는 깡통전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너무 늦기 전에 규제를 풀어 시장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수요의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 보유세를 정상화해 주택 소유자의 이자 부담을 간접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르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갑자기 늘어난 대출이자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금융지원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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