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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연 3%P 오르면 시장 망가져, 위기대응팀 구성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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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호 05면

[부동산시장 긴급 점검] 박합수 교수 인터뷰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주택 매수세가 실종된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급매’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의 주택 매수세가 실종된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앞에 ‘급매’ 가격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12일 한국은행은 연 2.50%인 기준금리를 3%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5차례(4·5·7·8·10월) 연속 인상도 한은 역사상 최초 기록이다. 올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 역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우세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2일 연말께 기준금리가 연 3.5%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 전망에 대해 “다수 위원이 말한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내년 초까지 0.5%포인트 추가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은 올해 1~8월까지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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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의 금리 인상에 가뜩이나 냉각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주택시장, 연착륙이 가능할까. 사실 주택 매수세는 사라진지 오래다.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달 역대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907건으로 집계됐다. 월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000건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단순히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매수세가 사라진 걸까. 역대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기를 살펴보면, 금리 인상기에 집값이 되레 상승한 경우가 적잖았다. 2005년 10월부터 2008년 7월(3.25→5.25%)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기에 서울 아파트값은 37.49%나 상승했다.

단기간 금리 급등, 비상 상황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더욱 완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동 기자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대출 규제를 더욱 완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동 기자

2010년 7월부터 2012년 7월(2.0→3.25%) 금리가 오를 때엔 서울 집값이 3.4% 하락했지만, 전국 집값은 12% 가까이 상승했다. 그런데 이번 금리 인상은 왜 이토록 시장을 짓누르는 악재로 부각되는 것일까.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을 주목한다. 그는 “단기간 금리가 급등하면서 개인이나 기업 등이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금리가 단기간에 3%포인트 인상되면 시장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0.5%에서 1년 3개월 만에 2.5%포인트나 급등했다.

연내 3%포인트 상승도 점쳐진다. 박 교수는 “환율 방어라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경제가 망가지기 직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위기대응팀이 구성돼야 할 정도로 비상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으로 20여 년 활동한 뒤 올해 초 퇴직해 박합수 부동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박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변곡점에 선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안정화 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얼마나 심각한 위기 국면인가.
“금리가 1년 새 3%포인트 상승하면 시장이 망가진다. 1997년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도 그랬고, 일본의 버블이 붕괴되던 1990년대 초에도 그랬다. 미국 리먼브라더스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이후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0.5%에서 1년 3개월 만에 2.5%포인트나 급등했다. 내달 다시 금리를 올리면 3%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한은 총재는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했는데, 그 이상의 충격이 불가피하다. 주택 대출 보유자 뿐 아니라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무너진다. 위기대응팀이 조속히 움직여야 한다. 부동산시장은 다시 하우스푸어(집 가진 거지) 시절로 진입할 수 있다.”
10년 전 하우스푸어 시절로 회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5억원을 빌렸는데 금리가 2% 올랐다면, 연 1000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이자 감당이 안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나. 일단 먼저 부부싸움이 일어난다. 해체 위기에 처한 가정이 늘어날 수 있다. 집을 매물로 내놔도 잘 팔리지가 않는다. 시세의 바닥이 없는 거다. 그러면 연체로 넘어가고, 경매도 늘어날 수 있다. 2010년대 하우스푸어 시절 주담대 평균 금리가 연 5~6%대였다. 지난 8월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4.35%였다. 이번 달과 다음 달의 금리 인상분이 반영되면 연말에 5%를 넘어설 수 있다. 씁쓸한 건 2010년대 하우스푸어보다 지금 여건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10년대 하우스푸어 때보다 더 심각한가.
“그렇다. 대출 상환 여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때는 주담대의 기준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었지만 지금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고 있다. 강화된 DSR이 적용되면서 주담대가 있으면, 신용대출도 막한 상태다. 2010년대 하우스푸어는 이자가 월 50만원이 올랐다면, 신용대출 등으로 이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감당하기 어렵다. 10년 전에 비해 대출금리 상승을 감내할 여력이 훨씬 떨어진 것이다.”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그래픽=남미가 nam.miga@joongang.co.kr

시장 연착륙을 위한 방안은.
“우선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지금은 시장 침체기인데, 과열 당시의 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엇박자가 어디 있나. 급매물이 팔리지도 않는데, 활황기 때의 규제를 유지해야 할 명분이 있을까. 최소한 급매가 나왔을 때 이를 매수자들이 받아줄 수 있을 정도로 정책을 손질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대출금리의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 금리에 고스란히 인상분이 다 반영되지 않도록 금융지원책이 필요하다.”
예대 마진 공개하고 있는데.
“예대 마진 공개는 기초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예금금리 올리고, 대출금리 올리면 마진은 축소된다. 원래 기준금리가 0.5% 오르면 대출 금리는 0.25% 올리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은행이 어떻게 했는가. 오히려 금리인상분을 선(先)반영했다. 가계부채 축소를 명분으로 당국이 방임했던 결과다. 금리 관리에 나서야 한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풀어야 할 규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우선 분양 중도금 9억원 초과 대출 금지를 풀어야 한다. 9억원 대출 제한으로, 분양 포기 사례가 속출한다. 서울에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이 얼마나 있나.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주거사다리를 끊는 정책이다.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 금지도 해제해야 한다. DSR 규제가 있는 상황에서 15억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이 한 푼도 안 나오도록 금지한 것은 명분 없는 이중 규제다. DSR 규제도 차등화해야 한다. 7월부터 DSR 규제가 강화됐는데, 기존에는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서만 규제가 적용됐으나, 7월부터는 1억 초과 대출에 대해서도 연간 원리금상환액이 연소득의 40%(비은행은 5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이 어렵게 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5000만원인 차주가 규제를 적용받을 경우 연간 원리금이 2000만원을 넘으면 대출이 제한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미래 소득이 기대되는 젊은층은 40%가 아니라 50%, 60% 받을 수 있도록 DSR 규제를 완화해주는 게 필요하다.”
서울의 한달 매매 건수가 1000건 미만으로 떨어졌다. 실종된 거래는 어떻게 살릴 수 있나.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해제를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경기도의 파주, 평택, 양주, 동두천 등을 제외하면 서울 및 수도권 전 지역이 여전히 규제에 묶여있다. 해제 조건에 맞다면 수도권 불문하고 해제해야 한다. 집값 자극할까 묶어둔다는데, 거래 침체기에 맞지 않는 얘기다. 투기과열지구, 조정지역 해제는 대출 규제와 더불어 정부가 법을 바꾸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는 쉽고도 가장 영향력 있는 조치다. 조정지역 여부에 따라 대출 한도도, 취득세 중과 여부 등도 달라진다.”

올해 초, 금리 공포가 덮치기 전까지 부동산업계는 대체로 집값의 우상향을 점쳤다. 주택 공급 부족이 대표적인 이유였다. 시장에선 서울의 경우 연간 4만7000여 가구의 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하지만 아파트 입주 물량을 보면 올해 서울은 2만2000가구, 내년도 2만4000가구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 8월 270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단기간 공급 부족 해소는 어렵다. 시장에선 금리 공포가 가라앉으면 다시 공급의 역습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국, 대출금리 인상 최소화 필요

금리가 안정되면 다시 공급 문제가 집값 자극할까.
“공급 부족 문제는 금리가 안정되면 다시 부각될 수 있다. 고금리 국면에서 공급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은 듯 보인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을 안 산다면, 공급 부족은 매매 시장 대신 전·월세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재 매매 물량이 팔리지 않자 전세로도 나오면서 임대시장이 안정된 듯 보이지만, 내년으로 갈수록 전·월세 문제는 심화할 것이다.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 전환율의 상승도 가팔라질 것이다. 현재 1억원당 40만원에 이른 월세 전환율은 앞으로 50만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면 비싼 월세를 사느냐, 가격이 떨어진 주택을 매수하느냐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날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이듬해 우리나라 총선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기부양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주택 매수 적기는.
“연내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다고 하면, 내년 상반기를 1차적으로 주시하자.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혜택이 내년 5월까지다. 이 물건들이 내년 1~2월 시장에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침체기라도 경쟁력이 있는 주택이 나온다면 적극 공략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청약 등이 대표적이다. 내년 초 둔촌주공이 분양 예정이다. 주변 아파트인 헬리오시티가 평당 6000만원 선에서 실거래됐음을 감안하면, 4000만원 이하로 분양 받을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다. 관심 지역 위주로 분양 아파트나 급매는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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