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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은 일왕 즉위식/전후 첫 대관식 국내외서 설왕설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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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첨단시대에 주술행사”비난/유인 전왕 「인간선언」이전과 형식 큰 차이 없어/「만세삼창」때 피침경험 아주대표들 행동에 주목
이미 지난해 1월7일 히로히토(유인) 일왕의 사망과 함께 왕위를 계승한 아키히토(명인) 새 일왕은 12일 즉위식을 가짐으로써 정식으로 국왕이 되었음을 만천하에 알린다.
이날 즉위식은 ▲왕궁에서 벌어지는 「즉위의 예」 ▲왕궁에서 아카사카(적판) 일왕 거소까지 오픈카로 퍼레이드를 벌이는 「축하어열」의 의 ▲식에 참석한 내외 귀빈을 접대하는 향연의 의의 순으로 진행되며 22,23일 별도의 왕실 종교행사인 다이조사이(대상제)를 궁성 동편에 새로 마련한 대상궁에서 가짐으로써 완료된다.
일왕의 즉위식에는 강영훈 총리와 박태준 민자당대표를 비롯,바이츠제커 독일 대통령,퀘일 미부통령,아키노 필리핀 대통령 등 약 1백50개국에서 원수급이,또 찰스ㆍ다이애나 영국 황태자 부처 등 세계 각국 왕실이 축하를 위해 한자리에 모임으로써 근래에 드문 빅 이벤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즉위식은 히로히토 전왕과 달리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현인신」에서 「국민통합의 상징」으로 격하된 일왕이 처음으로 갖는 대관식이라는 점에서 그 모습의 변화에 많은 궁금증을 갖게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준비상황을 지켜본 관계학자나 세계 매스컴 관계자들의 평은 전통의식을 내세운 시대착오적 주술행사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많은 외국인 기자들의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은 ▲하이테크를 자랑하는 고도산업사회 일본이 이 시점에서 전통적인 왕실복장이나 의식기구가 왜 필요하며 ▲다이조사이라는 별도의 제사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모아지고 있으며 ▲전전 현인신으로 군림,일본 군국주의 놀음의 실질적 책임자 역할을 한 히로히토 전왕의 즉위식과 히로히토가 이미 「인간선언」을 한 다음인 현재 아키히토왕의 즉위식이 그 형태나 내용에서 큰 차이를 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외무성 주최 브리핑에서 한 영국 기자는 ▲일왕은 식전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고대의 궁정복을 입는가 ▲일왕이 앉게 되는 의자(다카미쿠라ㆍ고어좌)는 경도에서 운반된 것이라는데 이 옥좌에 앉으면 신이 된다는 소문은 맞는가를 묻는가 하면 ▲다이조사이라는 제사속에서 신이 되는 행사가 있는가 등을 물어 이 자리에 참석한 궁내청 관계자를 난처하게 했다.
일본 정부는 이같은 질문에 대해 『즉위식은 어디까지나 47년 1월에 제정된 「황실전범」에 따른 것으로 일 왕실의 전통의식을 행할뿐 별다른 의미는 없다』고 밝히고 다이조사이에 대해서도 『국민의 안녕과 오곡풍성에 감사하는 전통행사일 뿐』으로 『신과 접한다거나 선왕의 유해와 동침하는 것 같은 비의는 절대 없다』고 공식입장을 되풀이 말했다.
또 이번 행사를 주재하는 「즉위의 예」위원회(대표 가이후 총리)도 지난 9월19일 이번 행사는 전통색이 짙은 의식으로 치르지만 국민주권의 원칙을 배려해 대정ㆍ소화즉위식 때와는 다른 몇가지 행사의 차이점을 두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소화때는 총리가 천황이 앉은 궁전 상정이 아니라 3.7m 정도 높이의 계단을 내려선 중정에서 「덴노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만세)를 3창했지만 이번에는 상정에서 만세를 부르게 되었다는 점을 우선 차이점으로 꼽았다.
이는 『국민의 대표인 총리가 천황에게 신하의 예를 올리는 형태는 새 헌법하의 의식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정부내 의견에 따라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왕은 옥좌인 고어좌에 앉은 채로 인사를 받으므로 총리는 일왕의 가슴높이에서 위를 바라보는 형태로 인사를 하게 된다.
또 중정에 2열로 나란히 세워지는 26개의 깃대 가운데 일본 전설에서 한반도를 정벌했다는 신공황후와 관련한 물고기 모양의 문양은 없애버린 것도 변화로 꼽았다. 이는 한일 관계에 대한 배려 때문이라고 한 관계자는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즉위 후 조견의 의」 행사에서 나타나지 않았던 칼(검)과 구슬(이옥)이 이번 행사에서는 고어좌상에 놓인다.
거울(경)과 함께 3종의 신기로 알려진 이들 물건이 왕위의 상징임을 재강조하는 것은 대정ㆍ소화때와 다름이 없다.
즉위식 행사에서 특히 일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일왕의 「말씀」과 총리의 「축하인사」(수사) 직후에 행해지는 「만세삼창」 부분이다.
총리가 선창하면 이 자리에 참석한 국내외 대표 2천5백명이 일제히 손을 올려 따라 부르게 되어 있다. 외국인에게는 이에 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침이 전해졌지만 특히 전쟁과 식민지의 경험을 갖는 아시아 인근 국가대표들의 행동이 주목된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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