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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국제질서 재편 의도와 힘 가진 유일한 경쟁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바이든(左), 시진핑(右)

바이든(左), 시진핑(右)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에 대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도전으로 간주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며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는 러시아를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또 북한을 독재국가로 규정하고 북한 위협에 대응해 확장억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다. 바이든은 48쪽짜리 이 문서에서 앞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러시아의 즉각적인 위협을 억제하는 것이 미국의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변화한 지정학적 환경을 지목하며 “‘냉전 이후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고 선언했다.

국가안보전략은 미국의 대외 전략을 공식화한 문서로, 1980년대 이후 새 행정부가 이를 발표해 왔다. 바이든은 애초 지난 1월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이를 미뤄 오다 취임 1년9개월 만인 이번에 내놓았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두 가지 근본적인 전략적 도전과 관련해 결정적인 10년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이 두 가지는 첫째는 국제질서의 미래 형성을 위한 강대국 간 경쟁이다. 둘째는 기후 변화, 식량 안보, 감염병, 에너지 전환, 인플레이션 등 미국을 포함한 세계가 직면한 초국가적 도전이다.

바이든은 강대국 간 경쟁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면서도 “중국과 러시아가 제기하는 위협은 서로 다르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런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경제적·외교적·군사적·기술적 역량을 갖춘 유일한 나라”로 규정했다. 러시아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듯 국제질서의 기본 규칙을 무모하게 조롱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국제 질서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만, 중국과 같은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은 장기적으로는 쇠퇴하고 타격을 입은 러시아보다 수정주의적 외교정책을 내세우며 권위주의적 지배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더 우려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선 한국을 비롯한 동맹을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외교를 추구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확장 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북한과 관련해선 “불법적인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 확장을 계속하고 있다”며 이란과 함께 불안정을 야기하는 소규모 독재국가라고 했다.

주목할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의 초점을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핵심 기술 활성화 등 미국 내 문제에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산업과 혁신의 기반인 이곳(미국)에 광범위한 투자를 하기 위해 외교정책과 국내 정책 간 경계를 허물었다”고 자평했다.

설리번은 전략 발표 뒤 조지타운대와의 대담에서 “근본 기술이 마당 안에 있게 해야 하며, 담장은 높게 해 전략적 경쟁자들이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을 우리 안보를 약화하는 데 쓰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광범위한 투자로 ‘국력의 저수지’를 보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외교부의 마오닝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 등 낡은 관념에 반대하고 지정학적 충돌과 강대국 경쟁을 과장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이는 현재의 시대 흐름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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