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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평가 확대에 교육계 ‘환영’…“일제고사 사교육”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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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학교라면 어디에서든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치를 수 있게 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교육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학력 미달 학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만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가 사교육 열풍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12일 오전 대구 중구 신명고등학교 고3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 대구 중구 신명고등학교 고3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뉴스1

11일 교육부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교육과정 이해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시험이다. 중간·기말고사나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달리 석차를 내지 않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운영되며 평가 결과는 1(미달)부터 4(우수)까지 4개 단계로 구분된다. 등수를 매기려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고난도 문항은 출제되지 않는다. 올해 평가 대상은 초6, 중3, 고2 가운데 참여를 희망하는 학교나 학급이다. 2024년에는 초3~고2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핀셋 지원 위해 전수 조사 필요”

교육계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돕기 위해 성취도 평가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학생 중 3%만을 표집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렀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학력미달 학생을 제대로 찾아내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표본을 추출해 평가하는 방식으로는 집단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뿐 그중 누가 수업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하나하나 도와주기 위해서는 모든 학생이 평가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력 진단을 ‘일제고사’로 폄훼하면 학습 결손을 누적시킬 수 있다”며 평가 확대를 환영했다. 그러면서 “기초학력이 교육감에 따라, 학교에 따라 들쭉날쭉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부정적인 진보 교육감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 실시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지식 교과를 중심으로 한 문제 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며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를 위한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정부가 기초학력을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일제고사식 평가가 불러오는 비교육적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맞춤형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 추이. [자료제공=교육부]

기초학력 미달 학생 증가 추이. [자료제공=교육부]

‘전수냐 자율이냐’를 두고도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원하는 학교에서만 실시하는 데다 결과도 학생과 교사에게만 통보된다”며 ‘전수평가’나 ‘일제고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장에선 “사실상 전수평가가 맞다”는 반응이 나온다.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학교는 매 학년 시작 후 2개월 안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골라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율평가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전수 평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는 “옆 학교는 성취도 평가를 보는데 우리 학교만 안 본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반발하지 않겠냐”며 “한국의 교육 풍토에서는 개별 학교에서 이런 요구를 외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미 ‘자율평가’를 의무화한 지역도 있다. 지난달 부산교육청에서는 관내 모든 학교에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에 필수적으로 참여하라는 공문을 보내 사실상 시험을 강제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올해는 학교 의사에 따라 치르되 내년부터는 관내 모든 학교가 참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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