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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를 여당이 반기는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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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실시된 전국 일제고사 현장 모습. 서울 양재고등학교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실시된 전국 일제고사 현장 모습. 서울 양재고등학교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불붙인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 논란은 “일제 고사 부활이 아니다”라는 교육부 해명으로 일단락 되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이 “원하면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지칭한 시험은 3% 표집으로 실시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아닌,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라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맞춤형 자율평가는 희망 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되는 데다 성적도 개별 통지되기 때문에 지역별·학교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공개하던 ‘일제 고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율평가 참여 학교가 늘어나면 사실상 전수 평가가 될 수도 있다.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학교는 매 학년 시작 후 2개월 안에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가 맞춤형 자율평가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 등을 통해 전수 학력검증을 강조해 온 데다, 이명박 정부에서 전수 평가를 추진했던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가 교육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상태다.

여권은 대통령실에서 던진 의제가 내심 반가운 눈치다. 학업 부담 경감을 주요 기치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교육 정책과 차이점이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는 주제여서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에서 표집으로 축소한 것도 문재인 정부 때였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 거리가 먼 구시대의 정책”(강득구 의원)이라며 맞섰고, 친 야당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학교를 선다형 시험의 과거로 되돌릴 것”이라며 반기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평가는 기본권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21대 국회 전반기 교육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도, 부모도 아이의 학력을 모르다 보니 이제는 사교육 업체에서 만든 학력 평가를 돈 주고 받는 학생까지 있을 정도”라며 “평가 없이 문재인 정권 내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대거 늘어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고 말했다.

평가를 통해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은 윤 대통령이 취임식 등을 통해 강조한 자유의 개념과 맞닿아 있다. 수준별 학습이 실시되며 학교와 교사의 자율권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확대는 맞춤형 교육을 위해 (학교가) 자율권을 확대할 수 있는 기본적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측면에선 일제 고사 부활에 강하게 반대하는 전교조와 대치 전선을 형성하는 게 보수층 결집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전교조는 과거 일제고사를 반대하다 일부 조합원이 해직돼 한때 법외 노조가 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학력 평가 결과는 교사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평가와 직결된다”며 “전교조가 반대하는 것도 결국은 평가 받기 싫은 전교조 교사들의 ‘보신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교육청은 이미 비슷한 문제로 전교조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다. 강원에선 신경호 교육감이 내건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강원학생성장 진단평가’가 다음 달 실시된다. “전국 최하위로 낮아진 강원 학생들의 학력 저하 원인을 파악하고, 올바른 진단을 통해 학력을 제고하겠다”는 강원교육청에 대해 전교조 강원지부는 “진정한 교육력 제고를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며 반발중이다. 충북 교육청도 매년 3월과 12월 전체 학생 대상 평가 등이 담긴 ‘기초학력 진단평가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러자 전교조 충북지부는 “일제고사 부활”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전북교육청 역시 내년부터 초2에서 고1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는 계획을 밝히자, 전교조 전북지부는 “진단평가가 성적으로 학교와 학생을 줄 세우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경희 의원은 이런 전교조의 주장에 “학부모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원교육청이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강원도형 학업성취도 평가’에 학부모 72%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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