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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보복…우크라 출근시간 미사일 75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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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12개 지역이 여러 건의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받아 최소 11명이 숨지고 64명이 다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사고를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라고 비난한 지 하루 만이다. 키이우가 미사일 공격을 받은 건 지난 7월 이후 70여일 만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성명에서 “출근시간대에 미사일 75발이 날아와 이 중 41발을 방공 시스템으로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공격에는 수십 발의 미사일과 더불어 이란산 무인공격기도 동원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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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공격 후 키이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야외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아침은 고달프다. 우리는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고 있다”고 말문을 연 젤렌스키 대통령은 1분26초 분량의 연설에서 키이우, 크멜니츠키, 르비우, 드니프로, 빈니차 등 12개 지역이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서로를 돕고 우리 자신을 믿는다”며 “정전이 있을 수 있지만 승리에 대한 자신감의 단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 우크라 12개지역 공습…벨라루스 “러와 합동부대 편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 주요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테러 행위”라며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에 의해 기획되고, 명령·실행됐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대교 폭발 사고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인 지난 9일 알렉산드르 바스트리킨 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 주요 민간 기반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테러 행위”라며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에 의해 기획되고, 명령·실행됐다”고 말했다. [AFP=연합뉴스]

이어 “적들은 우리가 두려워하기를, 사람이 달아나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전진만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전장에서 보여줬고 계속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서도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습경보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들은 우리를 멸망시키고 지구 위에서 쓸어버리려 한다”고 러시아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가해진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이 이틀 전 발생한 케르치해협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 공격임을 인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크림대교 폭발과 유사한 일을 또 저지르면 더 가혹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안보회의에서 “국방부의 조언과 참모장의 계획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군사·통신 시설에 대해 장거리·고정밀 무기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크림대교 폭발은 러시아 민간 기반시설에 가해진 테러행위이며 그 배후에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있다”면서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이 계속되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 러시아가 무력 병합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면서 러시아 본토와 잇는 크림대교에 대한 공격을 비난한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대응 규모는 러시아 연방에 가해지는 위협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면서 “아무도 그것에 대해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NYT는 “푸틴 대통령이 이날 3분간의 안보회의 연설에서 (미사일 공격을) 정당화했다”며 “푸틴 대통령은 서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안보회의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1~2주에 한 차례씩 열려 왔지만, 이번에는 크림대교 폭발 이후 내부 강경파들이 ‘초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열렸다.

10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 러시아의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지에서 주민들이 피신하고 있다. 부서진 자동차와 불타는 건물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10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 러시아의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지에서 주민들이 피신하고 있다. 부서진 자동차와 불타는 건물이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NYT는 또 러시아 기자가 “(우크라이나의) ‘테러 행위’가 핵 대응을 허용하는 러시아의 핵 독트린 범주에 해당하는가”라는 질문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니요”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CNN은 “전황이 불리해지자 푸틴은 자신의 ‘역사적 사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설 수 있다는 것을 뜻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 그리고 세계에 위험한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이 좌절을 겪을수록 핵 카드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친푸틴 인사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날 “벨라루스와 러시아가 합동 기동부대를 편성해 서부 접경지역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벨라루스는 서쪽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폴란드·리투아니아·라트비아와 접경한다.

한편 NYT는 이날 공격으로 삼성전자가 입주한 키이우 중앙역 옆의 고층건물도 창문이 깨지는 등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공관이 파악한 결과 삼성의 옆 건물이 피격됐다”며 “삼성이 입주한 건물은 폭발 충격으로 유리창 등이 파손됐지만, 현지 한국인 직원은 모두 철수해 재외 국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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