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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방통위 감사 직전 포렌식 기준 완화” 감사원 “일정대로 진행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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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재해 감사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10일 문재인 정부 표적감사 의혹을 놓고 감사원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그동안 제한적으로만 허용해 왔던 ‘디지털 포렌식’ 실시 기준을 대폭 완화한 게 야권 탄압을 위한 사전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박주민 민주당 의원(법사위)이 감사원·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7월 8일 디지털 포렌식 실시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내부 훈령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는 자료제출 거부 및 감사 자료 은닉 정황이 있을 때’ 등으로 제한됐던 기존 포렌식 실시 기준을 삭제하고포렌식 결과에 대한 감사목적 외 이용 금지 의무를 삭제한 것 등이 핵심이다. 그런데 박 의원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당일인 7월 11일 감사원은 방통위에 ‘감사 실시 예고’ 공문을 발송했다. 새 훈령이 방통위를 대상으로 처음 적용된 셈이다.

포렌식 규정을 완화하면서 무차별적으로 휴대폰·컴퓨터를 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자 감사원은 7월 14일 “번잡한 내부 업무 절차를 축소·폐지하는 등 감사업무 쇄신을 단행한 것”이라는 설명 자료를 배포했다. 그리고 같은 날 방통위에 ‘포렌식 실시 통지서’를 발송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포렌식 개정안 시행일에 맞춰 방통위에 감사 실시 예고 공문을 보낸 것은 그 의도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감사원이 무분별하게 수집한 포렌식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 의뢰를 하고 해당 자료를 넘긴다면 사실상 수사기관은 영장 없이 광범위한 포렌식 자료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기관은 포렌식을 위해 영장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개시 전에 감사원 포렌식 결과를 넘겨받게 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란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감사원은 포렌식 절차 등을 동원한 전방위 감사를 통해 방통위가 2020년 TV조선의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심사 점수를 조작한 정황을 발견했고, 9월 7일 대검에 ‘수사 참고자료 통보’ 조치를 했다. 이어 9월 23일 서울북부지검은 방통위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런 전개 과정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검찰·감사원의 ‘포렌식 공조’가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방통위 감사는 예고된 일정대로 진행한 것일 뿐”이라며 “훈령 개정 후에도 포렌식 실시는 제한적인 경우에 한해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민주당은 감사원 국감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문자메시지 논란의 당사자인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의 출석을 요구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유 총장의 밀정 행각은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비위”라며 여당에 ▶이 수석과 감사위원 전원 국감 출석 ▶감사위원회 회의록 등 자료 제출 ▶최재해 감사원장 근태 상황 검증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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