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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공 들어 5번 소문난 잔치/보선 특수(정치와 돈:3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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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당적 지원 “모 여 후보는 쓰고도 남았다” 소문/함평­영광 서로 “10억∼수십억원 썼을 것” 주장
엊그제의 함평­영광 보선을 포함,6공 들어 동해시ㆍ영등포을ㆍ대구서갑ㆍ음성­진천 등 모두 다섯 차례의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유난히도 잦았던 13대 국회의 보선은 단순히 한 지역구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지역선거가 아니라 각 정당이 생사를 걸고 달라붙는 대접전의 형태로 치러졌다.
여야 서로가 세와 인기를 가름하는 싸움이라는 의미부여를 해 쓸데없이 싸움이 커졌다는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각 당이 필사의 총력을 기울인만큼 선거는 과열됐고 당연히 엄청난 선거비용이 뿌려졌다.
여소야대의 4당 체제 때 각기 중간평가란 명분을 내세워 총력전을 편 동해ㆍ영등포을 보선은 돈과 흑색선전의 극치를 이루었고 동해선거 때는 공화당 후보를 5천만원에 매수,사퇴시키려 했던 민주당의 서석재 사무총장이 구속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동해보선 때는 일개 지역구 보궐선거에서 한 후보가 50억원을 썼다느니 하는 얘기가 나왔으며 여타 후보들도 적어도 5억원은 넘게 썼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선거비용 인플레는 4당 경합이 가장 치열했던 영등포을 보선에서 증폭됐다. 당시 민정당 진영에선 40억원 정도 썼다는 항간의 소문이 오히려 고맙게 여겨질 정도였고 법정한도액을 지출했다고 밝힌 야당 후보들도 한도액의 5배가 넘는 8억원 정도 들었다고 실토할 상황이어서 실제 쓴 돈의 규모는 가위 상상 못 할 정도였다고 한다.
유권자들에게 뿌려지는 봉투의 단가도 급상승,4ㆍ26 총선 때는 1만∼2만원이 주류를 이뤘으나 보선특수에서는 3만원에서 20만원까지 껑충 뛰었다는 것이다.
3당 합당 후 거여가 무소속 정호용 후보를 「때려잡기」 위한 대구서갑 보선에서는 민자당 문희갑 후보가 성원의 답지로 2백억원을 확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었고 만원권이 몇 장씩 든 봉투와 초호화판 향응이 곳곳에서 벌어졌던 것을 유권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여하튼 거당적 지원덕에 보선에 나선 어떤 여당 후보는 원없이 돈을 쓰고도 수십억원을 챙겼다는 미확인 소문도 있었고 비록 낙선한 후보들이라도 과거 총선 때처럼 선거 빚에 쪼들리는 일이 없는 희한한 특징을 남겼다.
사실 과도한 의미부여가 보선과열의 주인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번의 영광­함평 보선은 여타 보선과는 전혀 성격을 달리하며 평온하게 끝낼 수 있었다. 김대중 총재가 자신의 대권입지와 관련지어 영남 출신 이수인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더라면 선거비용 시비는커녕 무혈입성했을 것이 명백했다.
김 총재는 열렬지지자들까지 『평민당이 김대중의 사당이냐』 『우리 자존심을 짓뭉갠 오만방자한 처사』라고 거칠게 반발하자 당력을 총 집중토록 지시했고 이에 따라 텃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인력과 자금이 투입됐다.
당 관계자가 밝히는 자금규모는 1억8천만원. 조달내용인 즉 김 총재가 선거초반 1억원을 내놓았고,2차로 의원들이 20만∼1백만원씩을 갹출,8천만원을 조성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선관위가 규정한 법정사용 한도액에 꿰맞춘 억지숫자이며 선거대책본부의 핵심역할을 한 K의원은 공조직 가동에만도 3억원은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밖에 당이 1억여 원을 조성했고 여기에 리단위 사랑방좌담회 등을 주재하며 60여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지출한 금액을 합치면 평민당이 이번 함평보선에 쓴 액수도 결코 녹녹지 않다.
의원들은 하루 2∼3 차례의 좌담회에 참석,3만원 안팎의 인사를 하는 등 하루평균 50만∼70만원을 자비로 썼다고 말하고 있어 이것만 합해도 5억원 규모. 결국 이것저것 합치면 10억원대에 이른다.
평민당측이 민자당의 조기상 후보가 썼다고 주장하는 액수는 훨씬 껑충 뛴다. 당초 30억원 정도를 쓰려다 세가 불리하자 1백억원을 썼을 것이라는 것이다.
중앙당의 지원과 박태준 최고위원 등이 상당액을 건네준 게 틀림없다며 박 최고위원이 내놓은 액수를 3천만원에서 5억원까지 멋대로 추정했다. 또 야당도 1억원 정도 마련은 하루아침 일인데 단위가 10∼20배가 되는 여당 후보로서 10억원 정도는 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후보측은 『중앙당이 김 총재의 눈치를 보느라 지원을 별로 안했다』고 대규모 지원설을 일축하면서 『오죽하면 조 후보가 탈당하겠다고 소동을 부리기까지 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조 후보가 수차례에 걸쳐 3만원짜리 봉투를 일제히 살포했다는 평민당측 비난에 대해 조 후보는 『도처에 평민당의 감시가 있는데 다른 지역의 야당신세나 다름없는 우리가 설령 돈을 뿌리고 싶어도 제대로 쓸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자금규모에 대해 조 후보측은 일체 함구하고 있으나 평민당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보다 약간 더 쓰지 않았겠느냐는 것이 정설이다.
이렇듯 베일에 싸여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소속 농민 후보를 제외한 조ㆍ이 후보가 선관위가 제시한 법정한도액 1억6천5백8만원을 훨씬 초과해 지출한 점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남은 임기 1년짜리 의원을 만들기 위해 선거관리비용만도 1억2천여 만원이 지출됐다면서 선거비 인플레와 유권자나 오염시키는 이런 보선을 개탄했다.<김현일 기자>PN JAD
PD 19901111
PG 04
PQ 01
SA P
CK 05
CS F02
BL 1792
GO 지구촌화제
GI 김국진
TI 국교생 「집단털이」(지구촌화제)
TX ◎일 교육계 “비상”/슈퍼마킷 대상 조직적인 범행/상급생이 하급생들 협박… 도둑질 강요/힘약한 학생 괴롭히는 「이지메」도 심각
최근 일본 수도권 곳곳에서 국민학교 저학년 아동들에 의한 「슈퍼마킷 집단털이」가 빈발,일본 교육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아동교육문제 상담을 위한 긴급전화 「교육 110번」에는 요즘들어 이 건에 대한 문의전화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상담을 의뢰해온 동경의 한 부모에 따르면 유치원을 나온지 6개월밖에 안되는 코흘리개 아들이 슈퍼마킷에서 도둑질을 했다 하여 부모를 호출하는 전화가 학교와 슈퍼마킷 주인으로부터 걸려왔다고 한다.
심약한 아들의 성격과 나이로 볼 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 집중 추궁한 끝에 배후가 있음을 밝혀냈다.
국민학교 3학년정도의 상급생 5명이 1학년생 4명을 협박,도둑질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물건훔치기」가 장난질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교사들과 부모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9명으로 구성된 이들 집단은 결코 여러명이 함께 행동하는 법이 없고 상급생 1명과 하급생 1명이 조를 이뤄 각기 다른 슈퍼마킷으로 들어간다.
상급생은 주위를 지키기만 할 뿐 실제 행동에 나서는 것은 하급생이다.
이들은 「물건훔치기」가 끝나면 모두 일정한 장소에 모여 나눠가진다.
그러나 정작 하급생에게 돌아가는 몫은 거의 없다.
만일 성과가 없거나 시키는 대로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집단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그룹중 가장 힘센 상급생이 대장이 되어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성인 폭력조직을 연상케 한다.
오래전부터 일본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심각한 교육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이지메」(집단적으로 소수의 학생을 괴롭히는 것)문제는 아직도 속수무책의 심각한 상태며 이에 따른 피해학생의 자살소동,등교거부,정신질환 등 각종 후유증이 끊이질 않는다.
그러한 「이지메」의 내용만 보더라도 섬뜩할 경우가 있다.
힘이 약한 아이를 변소나 학교 뒤편 으슥한 곳에서 집단구타하는 것은 보통이며 합성세제를 넣은 우유를 먹게 한다든지,길가의 풀을 뜯어먹게 한다든지 하는 잔인성이 나타나 있다.
심지어 한 아이의 등에 「균」자를 붙여 그 아이와 접촉하면 세균에 오염된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려 단체생활에서 고립시킨다든지 가짜 장례식을 치러 「이지메」대상의 아이를 죽은 것으로 치부하는 등 기발한(?) 내용마저 있다.
이번 「슈퍼마킷 집단털이」도 이러한 「이지메」문제의 일종이라 볼 수 있다.
단순히 상급생의 구타가 무서워 판단능력이 부족한 국민학교 저학년들이 자신도 모르게 도둑질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ㆍ고등학교에서의 교내폭력ㆍ금품갈취ㆍ따돌림 등은 고질적 교육문제의 단골메뉴가 돼 왔으나 설마 국민학교 1학년들까지 「이지메」문제에 휘말릴 줄은 몰랐다는 점에서 일본교육의 자성을 촉구하는 논란이 심상치 않을 것 같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모았던 교사의 「사랑의 매」논쟁은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으나 체벌금지,학생의 인격적 대우 등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사실 일본 교사의 학생지도는 매우 소극적으로 바뀌었다.
학자들은 일본 교육의 황폐화가 60년대 후반부터 두드러지고 있으며 그 과정이 가정과 학교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성적과 능력위주의 학교교육이 개성의 획일화를 초래했고 이에 대한 반발이 은밀한 조직적 폭력을 유발시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핵가족시대에서 부모들의 자식들에 대한 과잉보호도 교육문제의 원인이라는 설명도 있으나 일본 수도권에서 일어난 국민학생들의 「집단털이」사건은 교육의 황폐화가 초래하는 최악의 상황을 보여준 것이라는 데는 모두 의견이 일치한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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