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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효과인가, 침체 전주곡인가…미국 일자리 2년반 새 최대폭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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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강력한 긴축이 효과를 내고 있다. 미국의 지난 8월 신규 채용 일자리 수가 줄었다. 노동 수요가 줄면서 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도 약해질 전망이다.

미 노동부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미국의 고용주가 사람을 구하는 일자리 수는 총 1005만3000건으로, 전달보다 110만 건 줄었다. 이런 감소 폭은 최근 20년 중 2020년 4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20만 건 줄어든 것 다음으로 큰 규모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노동시장의 강력한 구인 수요는 물가와의 전쟁에 나선 Fed에 큰 부담이었다. 일자리는 많은데, 일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면 임금이 오르고 이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인 중인 일자리 수의 감소로 공격적인 긴축에 나선 Fed는 약간 안도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 Fed 의장은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현재 노동 시장이 매우 강하다”며 금리 인상을 통한 노동 수요 억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구인 수요가 줄어든 건 Fed의 긴축이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이다.

Fed가 예상보다 빨리 통화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며 시장은 이날 반색했다. 4일 뉴욕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2.8%, S&P 500지수는 3.06%, 나스닥 지수는 3.34% 급등했다. 지난주 장중 연 4%를 넘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5일 오후 3시 기준 3.6% 수준에서 거래 중이다.

하지만 신규 일자리 감소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침체의 ‘전주곡’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에선 아마존·메타·구글 등 빅 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진행 중이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2004년 설립 후 첫 감원에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9일 “창업 이후 이어진 고속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내년 말에는 메타의 규모가 올해보다 작아질 것”이라며 정리해고를 예고했다.

구글도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며 해당 직원들에게 다른 업무를 찾을 것을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 월마트도 연말 홀리데이 쇼핑 기간에 시간제 근무 직원을 전년보다 적게 고용하기로 했다. ‘경기 동향 풍향계’로 불리는 물류업체 페덱스도 고용을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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