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실제 두 기업이 한 몸이 될 때까지는 넘어야 할 파도가 여럿 남아 있다. 2조원 규모의 대형 계약인 만큼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대우조선 내부 설득 과정도 거쳐야 할 전망이다.
26일 산업은행은 한화가 2조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확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한화는 대우조선 지분 49.3%를 갖게 된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산은과 입찰 의향자인 한화 간의 거래인 만큼 정부의 별도 규제는 없다. 다만 이번 거래가 ‘스토킹 호스’ 방식이라는 점에서 거래 종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스토킹 호스는 인수합병(M&A) 입찰 의향자와 조건부 계약을 우선 맺고, 경쟁 입찰을 통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가 있으면 기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산은은 오는 27일부터 3주간 경쟁입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후 다른 잠재 투자자가 있으면 이후 최대 6주간 상세 실사도 해야 한다. 이번 경우 산은과 한화가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투자 유치와 거래 종결의 확실성은 보장된 상황이다.
한화가 최종 투자자로 선정된 뒤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남아 있다. 한화와 대우조선은 본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를 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는 기본 30일 진행하고 추가 90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여기에 각종 자료 보완에 필요한 기간은 포함하지 않는다.
실제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공정위와 해외 6개국 경쟁 당국에 신고를 했지만, 올해 1월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M&A를 하지 못했다. 항공 분야 ‘빅딜’로 꼽히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의 경우 1년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친 뒤 지난 2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 등 외국 경쟁 당국에선 아직도 심사를 하는 중이다.
대우조선 내부적으로는 노조 설득 과정도 거쳐야 할 수 있다. 이날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당사자와 충분한 논의와 토론 속에서 조선산업의 발전 전망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전·후방 산업이 함께 성장하고 조선 기자재 업체까지 살 방안을 마련해 조선산업 발전 전망을 제시하는 게 우선 아니겠냐”며 “한국 조선산업의 경쟁력과 산업 육성의 관점에서 정부가 직접 나서서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초 EU의 기업결합 불허로 현대중공업과의 거래가 무산된 이후 다각적으로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며 “산은을 통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컨설팅 등을 진행하는 한편, 근본적 경영 정상화를 위한 ‘민간 주인 찾기’를 지속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