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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추한 경기침체 온다” 더 독해진 닥터 둠의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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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누리엘 루비니

누리엘 루비니

“미국 증시의 주가는 지금보다 40% 더 폭락할 것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oom·파멸)’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전 뉴욕대 교수가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2023년까지 ‘길고 추한 경기 침체(long and ugly recession)’에 빠질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특히 “미국 증시의 급격한 조정이 올해 말 발생해 2023년 내내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비니는 2007~2008년 미국 주택시장 거품과 붕괴를 예측해 유명해진 뒤에도, 경제에 대한 비관적 입장을 견지해 ‘닥터 둠’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의 경고는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는 “단순한 경기 침체에도 주가가 30% 하락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전 세계가 심각한 침체를 겪게 될 만큼 주가가 (지금보다) 40% 이상 폭락할 수 있다”면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많이 보유하라”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긴축의 고삐를 바짝 죄면서 주식 시장은 이미 큰 폭으로 하락했다.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는 20일 기준 연초 대비 16.1%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500은 19.6%, 나스닥은 28.2% 급락했다.

경제 지표도 침체로 향하고 있다. 경기 침체의 대표적 신호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미국에서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 차(-0.46%포인트)는 2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내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은 50% 이상으로 평가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닥터 둠은 이번 경기 침체의 강도가 세고, 오래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우려의 근거는 정부와 기업의 막대한 부채 비율이다. 그는 “(빚으로 연명해온) 좀비 기관들과 좀비 가계, 좀비 기업, 좀비 은행, 좀비 국가들이 파산할 것”이라며 “이제 누가 벌거벗고 수영을 하고 있었는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며 기업과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이 뛰고, 그에 따른 소비 위축과 기업 실적 악화가 실업률 증가와 경기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루비니는 “미국 경제의 경착륙 없이 Fed가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임무)’”이라고도 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이번에는 정부의 재정 부양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정부 부채가 너무 많아 재정 여력이 소진됐다”며 “또 지금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총 수요를 과열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인플레이션)과 세계 금융위기 당시 같은 대규모 부채 문제가 겹쳐 나타날 것”이라며 “짧고 얕은 침체가 아니라 추하고 긴 경기 침체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인플레와의 전쟁에 나선 Fed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6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물가 안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가계와 기업의 일부 고통이 필요할 수 있다”며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시장은 Fed가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최소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할 것으로 예상한다. 1.0%포인트 인상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루비니는 Fed가 이번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오는 11월과 12월에도 각각 0.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연 2.25~2.5%인 연방기금 금리가 올해 말에는 4~4.25%로 올라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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