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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긴축 위크' 온다…FOMC 앞두고 금융시장, 금리 발작 중

중앙일보

입력

'수퍼 긴축 위크'를 앞두고 세계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스위스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긴축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예상되며 채권 금리가 요동쳤다. Fed가 밀고 각국 중앙은행들이 따르는 긴축 전쟁에 단기 금리도 치솟으며, 경기 침체의 신호인 장단기 금리 역전도 이어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합뉴스=AFP]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연합뉴스=AFP]

20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4%포인트 오른 연 3.823%에 장을 마쳤다. 2011년 8월 3일(연 3.8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물(연 3.81%)과 5년물(연 3.83%), 10년 물(연 3.836%) 등이 일제히 연고점을 기록했다.

세계 채권시장도 요동쳤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 물 금리는 19일(현지시각) 전날보다 0.039%포인트 오른 연 3.494%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연 3.518%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국채금리가 3.5% 선을 넘어선 건 2011년 4월 11일(연 3.587%) 이후 처음이다.

통화 정책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이는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연 4%를 눈앞에 뒀다. 이날 2년물 금리는 장중 3.97%까지 뛰었다. 2년물 금리는 세계금융위기이던 2007년 10월 17일(연 4%) 이후 4%를 넘은 적이 없다.

경기 침체 신호로 해석되는 장단기 금리 역전은 7월 6일 이후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국채 10년물과 2년물 간의 금리 차는 -0.46%포인트를 기록했다. 금리 역전폭도 2000년 8월 31일(-0.45%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경기 둔화 우려로 10년 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덜 오르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경제컨설팅업체 세븐스리포트의 톰 에세이 연구원은 CNBC에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가 주는 신호는 분명하다”며 “경제가 둔화하고 앞으로 몇 분기 안에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계 금융시장이 채권 발작에 시달린 건 Fed의 공격적인 긴축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Fed가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20일 오전 2시(현지시간) 기준 자이언트 스텝 확률은 84%로 지난 13일(69%)보다 늘었다.

울트라 스텝(1.0%포인트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 치솟은 물가를 빨리 잡기 위한 충격 요법이다.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지난 19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Fed가 이번에 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수 있다”며 “Fed가 인플레이션에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믿음을 확인시켜줄 수 있고, 경제의 균형을 어지럽힐 정도의 인상 폭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Fed가 통화 정책의 방향타를 언제 돌릴 지로 옮겨가고 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과 점도표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3개월마다 업데이트되는 점도표는 Fed 위원들이 예상하는 올해 말과 내년의 기준금리 전망치다. 지난 6월 발표한 점도표는 기준금리가 올해 말 3.4%, 내년 말 3.8%까지 올라간 뒤 2024년 말에는 3.4%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

시장이 전망하는 Fed의 금리 인상 최종 목적지는 6월 점도표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미국 금융정보업체인 팩트셋에 따르면 채권트레이더들은 내년 4월 말 미국의 정책금리가 4.41%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골드만삭스(4.25~4.5%), 노무라(4.5~4.75%)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전망치도 4% 중후반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Fed가 단기간에 통화 정책 방향타를 돌릴 가능성은 작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2024년은 돼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금리 인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이 얼마나 될지 보다 얼마나 지속할지가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

Fed의 긴축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수퍼 긴축 주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외에도 영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일본,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연다.

영란은행은 2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이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의 합이 5%포인트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블룸버그는 일본과 터키, 브라질 등은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앙은행들이 과도한 긴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기만 잡고, 물가는 잡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이다. 최근 물가 상승이 공급망 충격에서 왔는데, 금리 인상은 공급망 충격 해소를 위한 투자를 늦출 수 있다는 이유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은 중세시대의 ‘사혈 요법’(bloodletting)‘을 떠올리게 한다”며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체로 환자가 피를 흘리면 회복되지 않고, 더 많은 피를 흘려 환자는 더 아프게 된다. 지금 중앙은행들이 똑같은 일을 하는 것일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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