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준석 제명 혹은 탈당권유 가능성…與윤리위 또 징계절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명’이나 ‘탈당 권유’와 같은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성 상납을 받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증거 인멸 교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아 당헌·당규가 규정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 7월 8일 징계 처분을 받은 뒤 2개월여 만에 절차가 다시 시작된 것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18일 오후 3시 긴급 회의를 소집해 3시간 여 논의를 한 뒤 “이준석 당원에 대한 징계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윤리위는 “당원, 당 소속 의원, 그리고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 근거 없이 모욕적·비난적 표현 사용 및 법 위반 혐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징계 추진 사유로 들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도착, 민사51부 법정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4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도착, 민사51부 법정으로 이동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리위가 적시한 “모욕적·비난적 표현”은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과정에서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며 사용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나 ‘신군부’ 등의 표현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첫 징계 직후 때만 해도 법원에 징계 처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잠행을 택했다. 줄곧 대외 접촉을 피하며 몸을 낮추던 이 전 대표는 지난 8월 말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이 자신의 해임을 전제로 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추진하자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서며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하기 시작했다. 특히, 첫 징계 36일 만인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침묵을 깨고 “대선 당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다(양두구육)”고 했고, 윤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향해 “이 새끼 저 새끼”라고 했다는 말도 폭로했다. 이후 연일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발언 수위를 높이자 당내에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커졌다. 게다가 지난달 23일에는 법원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에 윤 대통령과 윤핵관 등을 전두환 정권의 ‘신군부’ 세력에 비유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된 게 알려져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 윤리위원회 시작 전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18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 윤리위원회 시작 전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22.09.18

윤리위가 징계 개시를 결정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양희 위원장은 ‘다음 윤리위 회의가 예정된 28일에 징계가 결정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심의는 추후 일정을 조율해서 결정하기로 했다”고만 답했다.

처분 시점은 미정이지만 처분 수위는 강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가 징계를 하는 만큼 당내에선 ‘당원권 정지 6개월’의 기존 징계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친윤계 초선 의원은 “이제 남은 징계는 두 가지 뿐”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과 같은 4단계 징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탈당 권유’나 ‘제명’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전 대표가 제명 처분을 받아 당권 자격이 박탈되면 이 전 대표가 정진석 위원장을 비롯해 비대위원을 향해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 결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제명이 되면 당원이 아니어서 당 대표 자격을 잃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처분 신청 자격도 법원이 아예 가처분 신청을 각하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윤리위가 ‘수위 조절’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예 제명을 하면 이 전 대표뿐 아니라 여론의 반발도 클 수 있는 만큼 역풍에 대비해 당원권 정지 기간을 당규 상 최대치인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측에서도 “윤리위가 추가 징계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안철수 의원)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 전 대표가 이미 지난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명을 한다면 제명에 대해서도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강한 반발을 예고한 만큼 추가 징계가 혼란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징계 개시 소식을 들은 후엔 페이스북에 “양두구육 표현 썼다고 징계 절차 개시한다는 거네요. 유엔 인권규범 제19조를 유엔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평생 해오신 (이양희) 위원장에게 바친다”며 ‘표현의 자유’를 천명한 인권규범 제19조(Article 19)를 게시했다. 윤리위를 이끌고 있는 이 위원장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이날 윤리위 회의 개의 전엔 “경찰 조사 일정을 언론도 알지 못했는데 윤리위만 개최 일정을 (28일에서 18일로) 조정했다”며 “오비이락(烏飛梨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이길 바란다”는 글을 썼다. 성 접대와 증거 인멸 교사 의혹, 무고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 전 대표는 전날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피고발인으로 출석해 오전 10시부터 약 12시간 동안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 윤리위가 자신의 경찰 소환조사 직후에 맞춰 회의를 앞당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정오 쯤엔 “오늘도 다시 한 번 ‘윤핵관’의 이익을 위하여 그들이 무리수를 둘 겁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가 줄바꿈한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면 이 글 역시 ‘윤이위(윤리위)’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추가 징계 전망이 나온 지난 15일에도 이 전 대표는 CBS 라디오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출국하거나 휴가를 가면 (윤리위가) 작정하고 일을 벌인다. 이번에도 대단한 무리수가 나오지 않겠냐”고 했다. 공교롭게도 윤리위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18일 오전 윤 대통령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섰다.

당분간 여권의 ‘이준석 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이 이 전 대표를 소환해 조사한 만큼 경찰 수사가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다. 28일엔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이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반대 심문을 위해 서울남부지법에 출석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