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뜬금없이 재개봉한 영화가 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비주얼리스트였던 앨런 파커 감독의 ‘엔젤 하트’(1987)다. 1989년 여름 극장가에서 많은 관객을 충격으로 몰고 갔는데, 3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 영화는 다양한 장르 요소의 결합이다. 사립탐정 해리 엔젤(미키 루크)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이며, 스타일은 누아르이고, 하드고어가 난무하는 호러이며, 끊임없이 미스터리가 이어지는 스릴러이다. 그리고 루이스 사이퍼(로버트 드 니로)라는 악마적 존재가 장악하는 오컬트 무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엔젤 하트’가 호소하는 건 그 톤이다. 상업광고 출신의 테크니션답게 파커 감독은 능숙하게 이미지를 결합해 모호하면서도 불길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1950년대 루이지애나의 축축한 공기, 끈적한 재즈 사운드, 경마와 투계, 부두교와 연쇄살인, 그리고 흑마술과 루시퍼와 엔젤. 여기서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하듯 하나의 이미지를 메타포로 사용하며 반복한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엘리베이터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와 교차편집되는, 하강하는 엘리베이터 이미지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3분 30초 동안 색소폰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이 장면은 정체가 밝혀진 엔젤의 운명을 암시한다. 하강할 뿐 멈추지 않던 엘리베이터에 탄 엔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그의 영혼은 무저갱으로 향할지도 모르겠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