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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엔젤 하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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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최근 뜬금없이 재개봉한 영화가 있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비주얼리스트였던 앨런 파커 감독의 ‘엔젤 하트’(1987)다. 1989년 여름 극장가에서 많은 관객을 충격으로 몰고 갔는데, 3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이 영화는 다양한 장르 요소의 결합이다. 사립탐정 해리 엔젤(미키 루크)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이며, 스타일은 누아르이고, 하드고어가 난무하는 호러이며, 끊임없이 미스터리가 이어지는 스릴러이다. 그리고 루이스 사이퍼(로버트 드 니로)라는 악마적 존재가 장악하는 오컬트 무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엔젤 하트’가 호소하는 건 그 톤이다. 상업광고 출신의 테크니션답게 파커 감독은 능숙하게 이미지를 결합해 모호하면서도 불길한 세계를 만들어낸다. 1950년대 루이지애나의 축축한 공기, 끈적한 재즈 사운드, 경마와 투계, 부두교와 연쇄살인, 그리고 흑마술과 루시퍼와 엔젤. 여기서 감독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하듯 하나의 이미지를 메타포로 사용하며 반복한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엘리베이터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와 교차편집되는, 하강하는 엘리베이터 이미지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3분 30초 동안 색소폰 선율과 함께 펼쳐지는 이 장면은 정체가 밝혀진 엔젤의 운명을 암시한다. 하강할 뿐 멈추지 않던 엘리베이터에 탄 엔젤은 과연 어디로 가는 걸까. 어쩌면 그의 영혼은 무저갱으로 향할지도 모르겠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