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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외무부 "해결 방안 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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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5년 전에 북한인 남편 홍옥근씨와 생이별한 독일인 레나테 홍 할머니가 15일 독일 동부 예나 자택에서 남편을 찾게 해달라는 청원 편지를 쓰고 있다(사진위). 아래 사진은 본지를 인용해 홍 할머니 사연을 소개한 일간지 디 벨트. [예나=유권하 특파원]

레나테 홍 할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14일 본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독일 사회도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독일 최대 뉴스통신사인 dpa는 15일 본지의 영문 자매지인 중앙데일리를 인용해 관련 기사를 타전했다.

dpa통신은 "한 독일 여성이 45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애타게 북한인 남편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dpa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되면 홍씨 부부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북한적십자회에 도움을 청하겠다"는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발언도 소개했다.

dpa통신 외에 공영 MDR 방송, 일간 디 벨트, 미텔 도이체 차이퉁 등 유력한 다른 독일 언론들도 잇따라 홍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을 전했다. dpa는 "레나테 홍에 대한 독일 매체들의 사진 요구가 늘고 있다"며 사진기자를 예나로 급파하기도 했다.

독일 외무부에서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하엘 에벨 대변인은 이날 본지 베를린 지국에 전화를 걸어와 "이산가족 찾기는 원칙적으로 독일 적십자사 소관이지만 레나테 홍이 직접 편지로 민원을 제기하면 해결 방안을 찾아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 할머니는 이날 "남편을 찾게 해달라"는 청원서 3통을 작성해 독일 외무부와 적십자사, 그리고 주독 북한 대사관에 등기로 우송했다.

그는 청원서에서 "1963년까지 정기적으로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 남편은 동독에 두고 온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분명하게 나타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세월 두 아들을 건강하고 교양 있는 사회인으로 키우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남편이 나와 두 아들이 잘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소원이다. 우리 두 사람은 이미 늙었다. 더 늦기 전에 남편을 만나 보고 싶으니 저를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했다. 홍 할머니는 "동독 시절 외무부와 북한 대사관을 통해 여러 차례 상봉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그래서 한동안 거의 포기하고 지냈다"고 설명했다.

예나=유권하 특파원

◆ 레나테 홍=동독에 유학 왔던 북한 대학생 홍옥근씨와 결혼했다가 북한의 유학생 강제 소환으로 45년간 생이별의 아픔을 안고 사는 독일 여성. 1955년 예나 대학에서 만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60년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61~62년 북한 당국은 동독 유학생들(약 300여 명)의 서독 탈출을 우려해 모두 평양으로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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