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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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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18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다. APEC은 창설 이후 17년이 지나는 동안 아태지역의 통합을 신장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이고 권위 있는 조직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러시아는 1998년 APEC의 완전한 회원국이 됐다. 유라시아 국가의 일원인 러시아의 사회경제개발계획(특히 시베리아와 극동 개발계획)은 아태지역 통합에 적극 참여하는 것과도 긴밀히 연계돼 있다.

우선 통상.경제.투자 협력의 규칙을 만들어 낸 APEC의 경험에 감사한다. 이 분야에서의 협력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의해 주도돼 왔다는 점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러시아는 아직 WTO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이 기구의 활동을 예의주시하며, 주요 활동에 동참해 오고 있다. 우리는 시장경제의 기초를 공고히 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하려는 APEC의 목표에 공감한다. 우리는 APEC 내에서의 다양한 자유무역지대 창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 투자환경 개선, 부패와의 전쟁 등과 관련한 APEC 국가들의 경험을 깊이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하노이 정상회의에서 APEC 회원국 간 무역과 투자의 자유화를 이루려는 '보고르 목표(Bogor Goals)'의 실현과 관련한 행동지침들을 논의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이 목표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동시에 이 같은 목표 달성이 94년 '보고르 목표'와 95년 '오사카 행동지침(Osaka Action Plan)'을 채택할 당시에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세계 정치.경제 상황이 변했고, 테러리즘과 같은 새로운 도전이 국제안보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APEC은 경제협력체로 창설됐지만 지금은 정치 문제도 끊임없이 의제에 오르고 있다. APEC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국제테러리즘과 싸우는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이 개발이 부진한 지역에 은신처를 구하려 한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우리는 테러리즘의 온상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와 함께 그것의 사회적 뿌리인 가난과 기아, 만성적 실업 등을 근절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APEC이 경제 발전을 이루려는 극빈국들을 돕기 위해 자체 기금이나 국제금융기구의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문화.인종적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아태지역은 문명 간 대결을 부추기는 사상과 민족주의, 극단주의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테러리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러시아는 이러한 활동에 적극 협조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또 조직범죄.마약유통.무기밀매 등에 맞서기 위한 APEC의 싸움에도 협력할 것이다.

역내 국가들의 지속적 경제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 안보도 중요한 과제다. 에너지 생산국과 소비국의 상호 책임성, 그들 사이의 공평한 위험 분배 등을 위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동시에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하고 에너지원과 운송루트를 다양화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에너지 인프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도 취해져야 한다.

APEC은 전염병과 맞서 싸우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전염병과 관련한 정보 교류와 조율된 정책 결정에 필요한 협력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APEC 회원국들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이 밖에 정보통신.생명공학과 같은 첨단 과학과 교육 분야 등의 협력에도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베트남 정상회의의 모토인 '지속 가능한 발전과 번영을 위한 역동적 공동체 건설'은 APEC이 나아갈 방향을 명백히 제시해 주고 있다. 러시아는 APEC의 미래를 낙관하며 다른 회원국들과 함께 공동의 과제 해결에 적극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리=유철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