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깔끔한 정장에 넥타이를 맸다. 당시만 해도 이 사람이 몇년 뒤 연간 18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프랜차이즈 체인의 사장이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내 처음이자 최대의 죽 전문 체인인 '본죽'을 경영하는 김철호(43.사진)사장은 사업을 하다 망해 호구지책으로 시작했던 호떡 노점상에서 '경영의 노하우'를 배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잘 나가는 수입업체 사장이었다. 86년 설립한 회사는 순식물성 세재 등 주방.욕실용품이 잘 팔리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소비가 크게 줄면서 벼랑에 몰렸다. 1년간 버텼지만 회사문을 닫을수 밖에 없었다. 빚잔치를 하느라 집과 승용차 등 사재를 몽땅 내놓다보니 가족들은 처가와 친척집으로 나눠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평소 관심이 있던 요리를 배우기 위해 갈월동의 한 요리학원의 총무가 됐다. 거기서 숙식을 했다. 생활비는 호떡 노점으로 벌었다. 오후 5시에 학원 일을 끝내고 부근 공터에서 밤 늦게까지 장사를 했다. 손수레 등을 사는 데 필요한 75만원은 친구가 대줬다.
"스스로 창업을 준비하면서 요리를 가르치는 곳은 많아도 창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곳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다"고 한다. 이후 3년간 그는 2000여명을 교육하고 500여명의 창업을 도왔다.
2002년 9월 그는 서울 대학로 뒷골목 2층에 '본죽'이란 간판을 내건 죽집을 차렸다. "환자들이나 먹는 음식이 팔리겠느냐"며 주변에선 수근댔고 실제로 개업 첫날 손님은 예닐곱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죽이 다이어트와 건강에 좋은 대체 음식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전단지를 한 장씩 리본으로 묶어 인근 지하철역에 돌리고 좋은 재료를 써 푸짐한 죽을 내놓으니까 단골이 하나 둘씩 늘었다. 한 번 맛을 본 손님은 친구나 동료를 데리고 다시 찾아왔다. 3개월이 지나자 하루 100그릇이 팔렸고, 한 두 달이 더 지나자 1층 계단 입구부터 손님들이 줄을 섰다. 6개월여 뒤인 2003년 봄, 그는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가맹점을 내주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선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본죽은 전국에 680개 가맹점을 두고 한 달에 180만 그릇의 죽을 파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됐다. 미리 쑤어 놓은 죽은 절대 팔지 못하게 하고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맛이 나도록 조리법을 통일하는 등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김 사장은 "호떡 노점을 하며 음식업의 기본이 맛과 위생, 손님을 대하는 법까지 모두 배울 수 있었다"며 "쫄딱 망해봐야 재기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며 크게 웃었다.
▶창립=2002년
▶임직원수=60명
▶지난해 매출=1850억원(가맹점 소매가 기준), 본사 매출 180억원,
순이익 18억원
▶본사=서울 종로구 관철동,
▶물류센터=경기도 광주
▶주요 브랜드=본죽, 본비빔밥
나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