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늦었지만…‘1폰 2번호’ e심 서비스 내달 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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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유심칩을 직접 꽂지 않고 인터넷으로 내려받을 수 있는 e심(SIM·가입자식별모듈) 서비스가 다음 달 1일 시작된다. 해외보다 4년 이상 늦은 e심 서비스의 장점은 스마트폰 하나로 2개의 번호를 쓸 수 있다는 점. 기존 ‘투 넘버’와는 뭐가 다른지, 가장 알뜰하게 e심을 활용하는 방법은 뭔지 알아봤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가 e심 전용 요금제를 준비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달부터 스마트폰 e심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자, 기존 유심(USIM·범용 가입자식별모듈)과 e심을 동시에 이용하려는 ‘듀얼심’ 소비자를 겨냥한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KT가 가장 먼저 지난 28일 월 8800원을 내면 보조 회선(두 번째 번호)용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5G·LTE 듀얼번호’요금제를 발표했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도 e심 요금제를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심 도입으로 소비자들은 더 편리하고 저렴하게 ‘스마트폰 1대로 번호 2개’를 쓸 수 있게 됐다. 또 듀얼심 이용시 보조 회선을 새로운 통신사나 알뜰폰 중 합리적인 요금제를 골라 개통할 수 있다. e심을 계기로 통신 시장에 서비스 경쟁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e심은 ‘그림의 떡’이었다. 2018년 9월 애플이 아이폰XS·XS맥스·XR에 e심을 탑재해 선보인 후 미국 등 전 세계 69개국 170여개 통신사가 e심 서비스를 운영한다. 애플, 화웨이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2020년부터 수출용 스마트폰엔 e심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통신사의 반발이 걸림돌이 됐다. 현재 유심칩은 개당 7700~8800원에 판매되는데 e심은 3분의 1 가격인 2750원이면 내려받을 수 있다. 통신사 입장에선 유심보다 e심 1회선당 4950원 이상의 매출이 줄어든다. 지난해 3사의 합산 유심 매출은 2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e심이 허용되면 기존 통신3사 소비자들이 보조 회선을 알뜰폰(MVNO)이나 다른 통신사로 개통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의 e심 요구가 거세지자 정부가 관련 고시를 개정, e심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e심 서비스의 핵심은 두 가지 요금제를 적절히 조합할 수 있단 점이다. 업무용 회선은 통화 위주의 최저요금제를 쓰고 개인용(보조) 회선은 데이터 위주 알뜰폰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통신 3사의 경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8만원대부터 시작하지만, 알뜰폰은 2만원대 가격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한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데이터 요금을 아끼기 위해 현지 유심칩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물론 통신사들은 현재도 월 3000원대의 추가 요금을 내면 임의의 가상 전화번호를 제공하는 ‘투 넘버’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통화·문자 이용 시 수신번호 앞에 *, # 등 특수문자와 숫자를 먼저 입력해야 하는 등 불편이 있다. 보조 회선으로 문자가 오면 본문 앞에 ‘듀’ 등의 표시가 나오는데, 선입력 기호를 잊고 그냥 답장하면 기존 전화번호가 노출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폰이 e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애플은 아이폰XS 시리즈부터 e심을 지원한다. 2018년 이후 출시된 아이폰을 구매한 이는 다음 달부터 바로 e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제품은 이달 출시한 갤럭시Z폴드4·플립4부터e심 개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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