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쇼크' 원화값 붕괴…"1400원대까지 밀릴 수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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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9.1원 내린1350.4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13년 4개월여 만에 최저을 기록했다. 뉴스1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달러당 19.1원 내린1350.4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13년 4개월여 만에 최저을 기록했다. 뉴스1

'1달러=1350.4원.' 원화가치가 달러당 1350원 선을 뚫고 추락했다. 세계 금융위기인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강도 높은 매파(통화 긴축) 발언에 달러 몸값이 치솟은 영향이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9.1원 내린(환율 상승) 달러당 1350.4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8일(달러당 1356.8원)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장 낮다. 이날 달러당 1342.5원에 개장한 원화값은 하루 새 19.1원(-1.43%) 하락했다. 2020년 3월 23일(-1.57%) 이후 달러 대비 원화값 하락 폭으로는 가장 컸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외환시장을 뒤흔든 불쏘시개는 파월의 발언이다. 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단 한 번의 월간(물가지표) 개선만으로 물가상승률이 내려갔다고 확신하긴 한참 모자라다”며 “역사는 (통화) 정책을 조기 완화하면 안 된다고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가계와 기업에 고통(경기 침체)이 따르더라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 목소리다.

연말쯤 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파월 피벗(pivot·정책 전환)’을 기대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Fed의 고강도 긴축 의지에 투자심리는 크게 위축됐고 달러 수요가 급증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1973=100)는 109.18을 기록했다. 종가기준 2002년 6월 19일(109.63)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원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개장 전부터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시장에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에 대비해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원화값이 달러당 1370원선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Fed의 고강도 긴축과 유로화 약세로 달러 강세 요인이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며 “달러 강세가 원화가치 하락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일차적으로 원화값이 달러당 1370원 선까지 밀려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달러 강세에 유럽 에너지 위기나 중국발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 등 각종 변수가 겹치면 연말쯤 원화값은 하단기준으로 달러당 1400원 선까지 근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의 긴축 발언은 한국 채권시장도 흔들었다. 이날 서울 채권 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28%포인트 오른(채권값 하락) 연 3.653%를 나타냈다. 3년물 금리가 3.6%를 넘어선 건 6월 23일(연 3.608%) 이후 2개월여 만이다. 국고채 2년물 금리(연 3.683%)는 전일보다 0.148%포인트 올랐다. 올해 들어 가장 높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8% 하락한 2426.89, 코스닥은 전거래일보다 2.81% 하락한 779.89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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