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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행사’ 대관 취소는 위법…대법원 “구청 손해배상해야”

중앙일보

입력

성소수자단체에게 공공시설의 대관을 제한한 행위는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3년 만에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3년 만에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펼쳐지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19일 성 소수자 인권단체 퀴어여성네트워크 소속 언니네트워크와 활동가 4명이 동대문구청과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구청과 공단은 공동으로 해당 단체에 500만원, 활동가 4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지난 2017년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공단으로부터 동대문체육관의 대관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의 민원이 들어오자 공단은 행사 기간에 체육관 보수공사가 잡혔다고 대관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이들은 대관 날짜를 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공단 측은 "올해는 행사가 꽉 차 있다"며 거부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넣었고 인권위는 2019년 5월 성적지향을 이유로 행사를 취소한 것은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단체와 활동가들은 지난 2020년 1월 구청과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공단이 보수공사의 일자와 체육대회의 일자에 관해 조율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일방적으로 대관허가를 취소한 행위는 위법하다"고 밝혔으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손해발생 사실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2심은 1심과 달리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대관허가 취소의 위법성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대관허가를 취소했고 취소사유를 허위로 통보했다"며 "원고가 평등권 침해 등 손해를 입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향후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2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원고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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