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마스코트 철웅이처럼 강하고 담대하다. 두산 마운드의 보물 정철원(23)이 성공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두산은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이겼다. 숨은 주역은 구원투수 정철원이었다. 정철원은 4-2로 쫓긴 7회 말 1사 1, 2루에서 선발투수 곽빈에 이어 등판했다. 장타 한 방이면 동점 또는 역전까지 갈 수 있는 위기. 하지만 정철원은 LG에서 가장 아웃시키기 힘든 타자 홍창기를 삼구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박해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불을 껐다.
8회에도 등판한 정철원은 안타 2개와 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에 몰렸다. 초구 포크볼은 바운드된 뒤 포수 박세혁의 가슴에 맞고 옆으로 튀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박세혁의 블로킹이 좋아 공이 멀리 튀지 않았고, 이 공을 잡아 정철원에게 재빨리 던졌다. 3루에서 홈을 파고들던 김현수는 아웃. 후속타자 로벨 가르시아는 시속 152㎞ 빠른공으로 삼진 처리했다.
다른 때라면 9회에 정철원은 던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마무리 홍건희가 갑작스럽게 등에 담이 들어 등판할 수 없었다. 또다시 마운드에 오른 정철원은 9회까지 막아냈다. 개인 최다 이닝(2와 3분의 2이닝), 투구수(41개)와 함께 세이브를 챙겼다.
정철원은 경기 뒤 "오늘 경기가 가장 재미있고, 힘들고, 쓸쓸한 경기였다. 건희 형이 없어도 9회에 다른 투수가 올라갈 줄 알았는데 내 뒤에 아무도 없어서 쓸쓸했다"고 말했다. 8회 폭투 상황에 대해선 "착한 일을 하면 행운이 따를까 싶어서 평소에 쓰레기를 잘 주워서 버렸다. 오늘 그게 나온 것 같다"고 웃었다.
정철원은 2018년 안산공고를 졸업하고 상위순번인 2차 2라운드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1군에 올라갈 기회가 없었고, 2019년 11월 육군 8군단 포병으로 입대해 군 복무를 했다. 지난해 6월 전역했지만 육성선수 신분이었다. 하지만 3년 사이 그는 묵묵히 공을 던졌고, 고교 시절보다 구속을 10㎞ 가까이 끌어올렸다.
지난 5월 1일 마침내 정식선수로 등록된 정철원은 이제 두산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43경기에서 3승 2패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2.78의 성적을 거뒀다.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개막을 맞이했음에도 불펜투수 중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스탯티즈 기준) 5위(2.12), 투구이닝(55) 4위다. 칭찬을 아끼는 김태형 두산 감독도 "타자를 힘으로 누를 수 있는 공을 던진다. 선발투수로도 자질이 있다"고 호평했다.
갑작스럽게 1군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다보니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정철원은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2군에서 선발로 뛰었고, 고교 시절에는 1년간 85이닝을 던지기도 했다. 불펜에서도 2~3개만 던지고 올라온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던져 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프로 4년차지만 정철원은 신인왕 자격이 있다. 투수 중에선 정철원이 단연 돋보인다. 정철원은 "무조건 받고 싶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는다. 1군에서 시즌을 완주하면서 매 경기 승리에 도움이 되면 자연스럽게 신인왕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