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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보전 사이, 몸살 앓는 관광 명소] 개발과 보전 사이, 한국판 융프라우 산악열차 달릴 수 있을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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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01면

SPECIAL REPORT

지리산 전기 산악열차 조감도. [사진 남원시]

지리산 전기 산악열차 조감도. [사진 남원시]

“이젠 기운이 없어서 한라산을 오르기는 힘들어. 영실에 케이블카라도 만들어주면 윗세오름이라도 갈 텐데.”

지난달 초 제주도 어리목광장에서 만난 이승우(72, 서울 양천구)씨는 어승생악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개발과 보전사이, 전국의 국립공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2024년까지 1㎞의 시범노선을 건설하려는 지리산 산악열차, 40년째 논란을 벌이고 있는 오색케이블카 등은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환경단체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우리나라에는 1967년 지리산을 시작으로 총 22곳의 국립공원이 있다. 총면적은 6726㎢로 국토의 6.7%다. 2000년대 이후 취사·야영을 금지하고 탐방로를 정비한 결과 반달곰(지리산), 토종여우(소백산)를 방사할 정도로 생태환경이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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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전에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을 걱정하는 지자체가 관광자원 개발에 애쓰는 것에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국립공원의 개발과 보전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인이 없는 탓에 천혜의 관광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국립공원의 규제를 벗어난 지자체 간에 난개발 경쟁이 벌어진다. 실제로 충남에는 논산·예산·청양·부여에서 잇따라 출렁다리를 만들었고, 동해안을 따라서는 포항·울진·삼척·동해에 줄줄이 스카이워크가 생겼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장은 “이런 고만고만한 시설들은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아니라 공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누구나 제약 없이 즐기는 ‘모두를 위한 관광’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스위스에서는 해발 3454m의 융프라우요흐까지 100년 넘게 톱니열차를 운행한다. 최근에는 2965m까지 케이블카로 올라 두 개의 봉우리를 잇는 다리를 건너는 글래시어3000도 선을 보였다. 길이 7.5㎞의 케이블카로 전망대에 오르는 중국 장자제(張家界)의 텐먼산(天門山)은 우리나라 어르신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다. 백록담처럼 예약을 받아 탐방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방안을 전제로 이씨 같은 노약자와 장애인도 알프스 대신 한라산·지리산·설악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무리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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