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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보전 사이, 몸살 앓는 관광 명소] 선·악 대립 아닌 환경·관광 둘다 살리는 투트랙으로 가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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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11면

SPECIAL REPORT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환경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 명소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상남도 통영의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미륵산(해발 461m)에서 운영하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사진 통영관광공사]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환경과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 명소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경상남도 통영의 통영관광개발공사가 미륵산(해발 461m)에서 운영하는 ‘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 [사진 통영관광공사]

지역은 경쟁적으로 케이블카, 집라인, 출렁다리 등을 건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해안 관광벨트 사업으로 2008년 설치된 통영의 케이블카는 설치 후 8년간 연평균 128만7000명이 넘는 탑승객으로 주목받았다. 그 효과로 지역의 경제 활성화, 지역 이미지 제고 이외에도 순이익 배당을 통해 지방공기업에 8년간 약 189억원 이상이 지급되었다(최재준, 2017). 통영의 성공사례는 빠르게 여수, 부산 송도, 사천, 목포 등으로 퍼졌고, 환경보전과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역관광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출렁다리로 인한 관광시설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 간의 경쟁은 작년 말 기준 208개소에 새로운 출렁다리를 만들었다. 대체로 최장 길이와 최고 높이 등을 내세우며 건설되고 있다. 각 지역은 FOB 마케팅으로, ‘최초(First)’, ‘유일(Only One)’, ‘최상(Best)’의 출렁다리를 만들어 내려고 한다.

새로운 시설을 선호하는 관광객도 있다. 방해물 없이 높은 곳에서 보는 탁 트인 전망은 일반도로에서 보는 것보다는 매력적이다. 놀이학자인 로제 카이와가 일링크스(Ilinx·현기증)라고 말하듯이 공중에 떠서 흔들리는 그 자체가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놀이기도 하다. 한편 장애인을 포함한 노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케이블카 등 시설자원이 필요한 곳도 있다. 누구나 제약 없이 관광 기회를 얻도록 ‘모두를 위한 관광(tourism for all)’을 만드는 것은 공정관광의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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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인공시설 건설과 방문객 집중에 의한 생태계 변화와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이다. 자연경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관광객 중에도 모두가 인공시설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며 그대로의 자연환경을 선호하기도 한다. 실제로 환경성, 경제성, 관광 편의성의 가치에 순서를 정한다면 자연환경을 지키는 것이 우선임은 분명하다.

이렇게 문제 제기가 많은데도, 왜 지역에서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관광시설을 개발하려 할까? 한국에서 점점 더 큰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 고령화 및 인구감소 문제이다. 지역 인구감소를 해결하는 방법은 출생률을 높이거나 도시 인구를 이주시키는 방안인데 아직 성공적이지 못하다. 대신 여러 대안 중에서 지역에 방문객이 오면서 소비를 일으키고, 인프라와 사회서비스를 유지하게 하며, 경제를 활성화하는 ‘방문자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지역이 관광명소를 만들고 관광객을 유치하려 애쓰는 노력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지역의 인구가 소멸하면 교육시설, 의료시설, 상업시설, 대중교통, 행정 등 사회서비스 전반이 축소되고 사라진다. 이런 악순환은 사람이 살기 불편한 지역으로 변하게 되고 점차 지역은 소멸하여 갈 것이다. 살지는 않더라고 지속해서 머무르며 소비하는 방문자 관광 현상은 지역의 사회서비스와 경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주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과 관광의 조화로움은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개발과 보전의 이분법적 대립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한쪽이 절대 선이라는 관점은 반드시 ‘틀림’과 ‘적’을 전제하게 된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듯이 세상은 절대 선과 절대 악의 가치로 양분되지 않는다. ‘퍼지(fuzzy)’이론은 값이 참(1) 또는 거짓(0)의 양자택일이 아닌, 0에서 1 사이의 값을 연속적으로 취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정답은 양극단이 아니라 양극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하거나 그 사이에서 수준과 정도의 차이에 존재한다. 따라서 환경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동시에 개발 가치를 창조하는 새로운 보전지향 개발철학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환경을 택하더라도 지역의 삶과 주민의 입장 및 관광성을 고려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하고, 개발하는 경우에도 환경과의 조화, 경관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설, 건설방식, 운영계획을 전제해야 한다.

또한 결정의 과정은 무엇보다 공공성에 따라야 한다. 경치와 경관은 공공재이다. 이것을 활용한 경제 편익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 개별기업에 일정한 수익과 시설 유지관리를 위한 이익을 보장하되 영속해서 재산권화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더구나 지금 같은 무분별한 복사형 관광시설 설치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공간특성과 역사성을 담아 차별화된 스토리를 가진 시설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 다른 차이를 가진 매력이 있어야 반복해서 방문하는 관광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개발 전에 반드시 지속성을 위한 경영과 활용계획을 전제해야 한다. 지역의 파급효과를 높이기 위한 체류 연장 방안과 연계 관광에 대한 계획도 필요하다. 인간의 여행 욕구와 환경보전은 대립하는 측면도 있지만, 생태관광과 같이 환경의 가치를 체험적으로 교육하는 방식도 있다. 여행을 자주 경험한 사람일수록 자연환경을 더 소중히 여긴다. 관광 자체가 환경의 적이 아니라 관광유형과 관광 방법에 따라 친환경 또는 반환경 현상을 낳을 수 있다.

우리의 최선은 선악의 양극단이 아니라 둘 사이의 어딘가에 있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원장 

hoon2@hanyang.ac.kr 한양대 관광학부 학사·석사를 거쳐 미국 펜실베이니어 주립대에서 여가학 박사를 받았다. (사) 한국관광학회 회장, 문화부·서울시 등의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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