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보전 사이, 몸살 앓는 관광 명소] 40년 묵은 오색케이블카 시동 켜나, 여야 모두 “다시 추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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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09면

[SPECIAL REPORT]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지리산·설악산·흑산도·제주도. 누군가는 이번 여름휴가로 다녀온 곳이고 조만간 다녀갈 곳, 인기 여행지다. 국립공원을 갖고 있거나(제주도), 그 자체가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지정 요건 중 하나인 ‘훼손이나 오염이 적으며 경관이 수려할 것’에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한 꺼풀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개발을 놓고 시끌벅적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또 다른 지정 요건인 ‘보전 가치가 있을 것’ ‘각종 산업개발로 경관이 파괴될 우려가 없을 것’이 무색하다. 하지만 ‘지역 경제 살리자’ ‘인구 늘리자’ 등 ‘잘살아 보자’는 현실적 삶의 노선이 스며있기도 하다. 자연의 수려함 뒤에 웅크리고 있는 논란. 자칫 소모적 논쟁으로 우리 사회 한 귀퉁이의 동력을 멈칫하게 할 수도 있다. 개발과 보전의 목소리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인 그 네 곳을 살펴본다.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으로 검토 중인 끝청 근처에서 바라본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연합뉴스]

오색케이블카 상부정류장으로 검토 중인 끝청 근처에서 바라본 중청대피소와 대청봉. [연합뉴스]

“노약자도 산에 올라가야 한다. 숙원사업 해결해 달라.” “산양 서식지 파괴한다. 사업 백지화하라.”

설악산(1708m)의 두 번째 케이블카인 오색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40년이나 묵었다. 관광자원 확대로 살길을 찾는 강원도·양양군 주민과 자연 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가 맞서고 있다. 오색케이블카는 이렇게 찬성과 반대, 추진과 무산이 반복됐다. 노선도 오색관광지구에서 대청봉 하단(4.6㎞, 국립공원위원회 2012년 부결), 관모능선 인근(4.5㎞, 2013년 부결), 끝청 하단(3.5㎞, 2015년 조건부 승인)으로 계속 바뀌었다.

설악산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산 1위(한국갤럽)다. 2위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이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지리산보다 3년 늦은 1970년에 제5호로 자리매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먼저 지정한 이유는 바로 ‘개발’이었다. 그렇다고 설악산이 개발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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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설악산 첫 케이블카인 권금성케이블카는 국립공원 지정 직전인 1970년 박 대통령의 사위인 한병기 전 의원이 사업권을 가져갔다. 1982년에 강원도가 오색케이블카를 추진했지만, 문화재위원회가 부결시켰다. 이후 밀고 당기기가 반복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연공원법 시행령까지 고치며 2㎞였던 국립공원 케이블카 운행 구간을 5㎞까지 늘렸다. 2015년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삭도(索道·케이블카의 법정명) 시범사업으로 조건부 의결을 했지만 2019년에 환경영향평가에서 환경부가 부동의를 하며 백지화가 됐다.

하지만 이듬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양양군의 행정심판을 받아들이면서 기사회생했다.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을 요청하자 이에 반발한 강원지역 번영회연합회와 지역주민들이 지난해 6월 권익위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지난 2월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현장 방문을 하자 ‘대선을 앞둔 선거 운동’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오색케이블카 불을 키웠다. 지난 대선 때 주요 대선주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오색과 설악 산봉우리를 연결해 스위스의 알프스와 같이 만들겠다”며 강원도 발전을  위한 오색케이블카 추진 등 5대 거점별 개발 공약을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도 “환경 훼손 최소화 전제로 추진”을 밝혔고, 안철수 후보 역시 “주민 동의 최우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찬성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도 지난 지방선거 때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난달 9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를 만나 내년 정부 예산안에 케이블카 지원금 50억원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원도·양양군은 지난 5월부터 환경부와 이행 가능성이 큰 합의안을 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대로 인허가 단계를 밟으면 2024년 착공, 2026년 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국회 예산 심의 등의 절차도 관건이지만, 찬성과 반대로 갈라진 민심을 봉합해야 한다. 설악산은 첩첩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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