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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과 보전 사이, 몸살 앓는 관광 명소] 제주도 국립공원 확대안, 줄이고 줄이다 4년 만에 백지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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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호 09면

[SPECIAL REPORT] 제주도 제주공원

지리산·설악산·흑산도·제주도. 누군가는 이번 여름휴가로 다녀온 곳이고 조만간 다녀갈 곳, 인기 여행지다. 국립공원을 갖고 있거나(제주도), 그 자체가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지정 요건 중 하나인 ‘훼손이나 오염이 적으며 경관이 수려할 것’에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한 꺼풀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개발을 놓고 시끌벅적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또 다른 지정 요건인 ‘보전 가치가 있을 것’ ‘각종 산업개발로 경관이 파괴될 우려가 없을 것’이 무색하다. 하지만 ‘지역 경제 살리자’ ‘인구 늘리자’ 등 ‘잘살아 보자’는 현실적 삶의 노선이 스며있기도 하다. 자연의 수려함 뒤에 웅크리고 있는 논란. 자칫 소모적 논쟁으로 우리 사회 한 귀퉁이의 동력을 멈칫하게 할 수도 있다. 개발과 보전의 목소리가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꼬인 그 네 곳을 살펴본다. 

지난 3일 쏟아진 폭우로 한라산 백록담 화구에 물이 고여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일 쏟아진 폭우로 한라산 백록담 화구에 물이 고여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뉴시스]

시작은 성대했지만, 끝낼 땐 미약했다.

발표 때는 시끌벅적 알리더니, 백지화 땐 소리소문 없었던 제주도 국립공원 확대안 얘기다. 제주도 국립공원 확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2017년 11월 제주도는 “제주 생태계 및 경관을 체계적으로 보전 관리 하겠다”며 기존 한라산국립공원을 포함, 도립공원과 중산간, 오름, 습지 등으로 국립공원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한라산국립공원 지역 153㎢를 포함해 610㎢로 만든다는 안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과 임업농가 등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지정 면적을 329.5㎢로 대폭 줄였다. 그러나 이후에도 반발이 지속하면서 2020년 12월 주민설명회와 공청회가 무산됐고, 대상 면적을 288.5㎢로 다시 축소했다. 결국 지난 7월 사업 추진 4년여 만에 국립공원 확대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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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제주도는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23개 마을과 어촌계 등에서 모두 반대하고, 국비 확보도 어려워 지방재정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어 사업을 자진 철회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5월에 환경부에 국립공원 확대 지정 신청을 공식 철회하는 문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도지사직 인수위는 “지난 5월 정책 추진을 포기했는데도 도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나 ‘깜깜이 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현지홍 의원은 “2018년 추진할 때는 홍보에 열 올리며 도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더니, 백지화할 때는 소리 소문도 없었다”며 “불통행정,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당시 지방선거가 겹쳐 논란이 야기될 수 있어 (사업 철회를) 공식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역사회와 여론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사업을 추진하면서 갈등을 불렀고,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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