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마지막 불꽃, 디 오픈서 불태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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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타이거 우즈. AP=연합뉴스

골프 선수가 딱 한 대회에서만 우승할 수 있다면 어느 대회를 꼽을까.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지난 4월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를 끝낸 뒤 향후 일정에 대한 질문을 받고 “(디 오픈이 열리는) 올해 세인트앤드루스에는 반드시 갈 것이다. 그 사이의 대회(PGA 챔피언십, US오픈) 참가 여부는 모르겠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두 번 우승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고 말했다.

이후 우즈는 PGA 챔피언십에서는 기권했고, US오픈은 불참했다. 그는 “US오픈에 나가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다리가 아팠기 때문에 (US오픈에 출전했다가는 상태가 나빠져 디 오픈) 출전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러니 US오픈에 나갈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지난주 우즈는 골프 성지에서 열리는 디 오픈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드러냈다. 그는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챔피언이 될 만큼 운이 좋았고, 다시 플레이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했다.

물론 우즈는 운으로 우승한 건 아니다. 우즈는 올드 코스에서 매우 강했다. 디 오픈에서 3번 우승했는데 그중 두 번을 올드 코스에서 기록했다. 한 번은 8타 차, 한 번은 5타 차의 압승이었다.

우즈 최고의 퍼포먼스는 15타 차로 우승한 2000년 US오픈으로 꼽힌다. 그러나 예전 우즈의 캐디를 했던 스티브 윌리엄스는 “우즈는 메이저 21승을 목표로 했으며 2000년 우즈의 8타 차 디 오픈 우승이 우즈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올드 코스에 대한 우즈의 사랑으로 미루어 보면 그 말이 맞는 듯하다.

제 150회 디 오픈이 14일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개막했다. 우즈가 올해 디 오픈에 유달리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번이 올드코스에 출전할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다. 디 오픈은 여러 코스를 돌며 대회를 연다. 올드 코스는 일반적으로 5년에 한 번 차례가 돌아온다. 올해 대회가 끝나면 2027년쯤 다시 올드 코스로 돌아올 것이다. 우즈는 자신이 좋아하는 올드코스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를 바란다. 늙은 골프 황제의 간절한 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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