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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만에 둘이 밥먹는 권성동·장제원…"형동생" 진화 뒤 속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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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지난 5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장제원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뭐가 갈등이고 불화인지 모르겠다.”(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내일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고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

권 대표 대행과 장 의원은 14일 자신들을 둘러싼 불화설을 종일 해명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핵심 친윤계 만찬에 장 의원만 불참한 걸 두고 당내 파장이 커지자  일부러 진화에 나선 듯한 모양새다.

먼저 권 대표대행이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과는 사이가 좋다”며 장 의원과 잡은 15일 오찬 일정을 공개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 대표 대행이 장 의원에게 전날 연락해 ‘밥이나 한번 먹자’는 제안을 건넸고, 장 의원이 ‘그게 좋겠다’고 호응하면서 약속이 잡혔다. 두 사람이 따로 만나 식사하는 건 지난 6·1 지방선거 승리 자축 만찬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권 대표 대행은 이날 기자들에게 “장 의원의 말처럼 ‘한번 형은 영원한 형’인 것처럼,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다.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설명도 했다. 지난달 당내 친윤계 주도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결성을 놓고 두 사람 의견이 달랐을 때, 장 의원이 “A brother is a brother(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라며 갈등설을 일축한 걸 거듭 상기한 것이다.

그러자 다섯시간 뒤 장 의원이 긴 침묵을 깨고 이런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불화 및 갈등설에 대해) 나는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대통령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을 놓고 투쟁하고 충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뿌리가 하나인데 투쟁할 것이 없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지역구에 가고 계속 여기 출근했는데 그게 무슨 잠행인가" 라면서도 "오늘 페이스북에 쓴 글로 충분히 설명을 다 했는데 언론인들이 굉장히 오래 기다려서 나왔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지역구에 가고 계속 여기 출근했는데 그게 무슨 잠행인가" 라면서도 "오늘 페이스북에 쓴 글로 충분히 설명을 다 했는데 언론인들이 굉장히 오래 기다려서 나왔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하지만 이날 두 사람 기류는 사전에 마음을 맞추고 행동한다기보다는 서로 공개 발언을 통해 상대 분위기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쪽에 가까웠다. 방송 출연 직전 장 의원의 페이스북 글 소식을 접한 권 대표 대행이 방송인터뷰에서 “나와 장제원은 오랜 정치적 동지”라며 “형제 같은 사이다. 불화가 생길 수 없다. 최근에도 내가 두 차례 (장 의원) 방에 찾아갔다”고 거듭 강조한 장면 등이 그랬다.

 갈등의 본질로 지목된 대표 직무대행 체제·조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두 사람의 일치된 입장 표명은 전무했다. 오히려 권 대표 대행이 “장 의원이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 않으냐”고 두 사람 생각이 달랐다는 걸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살다보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장 의원이) 조그마한 일에 삐쳐서 사발 깨지는 소리를 하겠는가. 그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좋은 얘기를 나누겠다”(장제원),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보겠다”(권성동)고 예고한 15일 오찬이 두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확전은 자제하자는 분위기지만, “대통령과의 비공개, 비공식 만남이 지금처럼 언론에 공개돼선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드러낸 장 의원의 불쾌감에 권 대표 대행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이 변수다.

장제원(맨 왼쪽),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조해진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2020년 11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7년형이 최종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김상선 기자

장제원(맨 왼쪽), 권성동(가운데) 국민의힘 의원과 조해진 전 의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지난 2020년 11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7년형이 최종 확정된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동부구치소에 재수감됐다. 김상선 기자

장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 나타나 ‘직무대행 체제와 관련해 사전에 권 대표 대행과 의견 교환 같은 게 있었나’라는 질문에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내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며 “지금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나는 사심이 없다”는 말로 글을 끝맺은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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