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갈등이고 불화인지 모르겠다.”(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내일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고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
권 대표 대행과 장 의원은 14일 자신들을 둘러싼 불화설을 종일 해명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핵심 친윤계 만찬에 장 의원만 불참한 걸 두고 당내 파장이 커지자 일부러 진화에 나선 듯한 모양새다.
먼저 권 대표대행이 메시지를 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장 의원과는 사이가 좋다”며 장 의원과 잡은 15일 오찬 일정을 공개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권 대표 대행이 장 의원에게 전날 연락해 ‘밥이나 한번 먹자’는 제안을 건넸고, 장 의원이 ‘그게 좋겠다’고 호응하면서 약속이 잡혔다. 두 사람이 따로 만나 식사하는 건 지난 6·1 지방선거 승리 자축 만찬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권 대표 대행은 이날 기자들에게 “장 의원의 말처럼 ‘한번 형은 영원한 형’인 것처럼,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다. 잘 지내고 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설명도 했다. 지난달 당내 친윤계 주도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결성을 놓고 두 사람 의견이 달랐을 때, 장 의원이 “A brother is a brother(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라며 갈등설을 일축한 걸 거듭 상기한 것이다.
그러자 다섯시간 뒤 장 의원이 긴 침묵을 깨고 이런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불화 및 갈등설에 대해) 나는 한마디도 한 적이 없다.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대통령으로부터 파생된 권력을 놓고 투쟁하고 충돌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뿌리가 하나인데 투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 기류는 사전에 마음을 맞추고 행동한다기보다는 서로 공개 발언을 통해 상대 분위기를 확인하고 대응하는 쪽에 가까웠다. 방송 출연 직전 장 의원의 페이스북 글 소식을 접한 권 대표 대행이 방송인터뷰에서 “나와 장제원은 오랜 정치적 동지”라며 “형제 같은 사이다. 불화가 생길 수 없다. 최근에도 내가 두 차례 (장 의원) 방에 찾아갔다”고 거듭 강조한 장면 등이 그랬다.
갈등의 본질로 지목된 대표 직무대행 체제·조기 전당대회를 둘러싼 두 사람의 일치된 입장 표명은 전무했다. 오히려 권 대표 대행이 “장 의원이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 않으냐”고 두 사람 생각이 달랐다는 걸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진복 정무수석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람이 살다보면 생각이 다를 수 있다”며 “(장 의원이) 조그마한 일에 삐쳐서 사발 깨지는 소리를 하겠는가. 그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때문에 “좋은 얘기를 나누겠다”(장제원),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보겠다”(권성동)고 예고한 15일 오찬이 두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확전은 자제하자는 분위기지만, “대통령과의 비공개, 비공식 만남이 지금처럼 언론에 공개돼선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드러낸 장 의원의 불쾌감에 권 대표 대행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등이 변수다.
장 의원은 이날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 앞에 나타나 ‘직무대행 체제와 관련해 사전에 권 대표 대행과 의견 교환 같은 게 있었나’라는 질문에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 내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며 “지금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나는 사심이 없다”는 말로 글을 끝맺은 직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