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하는 격…흙수저 법조인 없앤 로스쿨 [Law談-윤웅걸]

중앙일보

입력 2022.07.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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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부가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의 전체 학생 중 학사 졸업 후 사회 경험이 있는 학생 비율 등을 조사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는 로스쿨에서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춘 지원자를 더 뽑아야 한다는 취지로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서민 로스쿨’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2012년 정부중앙청사에서 로스쿨 출신 첫 신규 임용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2년 정부중앙청사에서 로스쿨 출신 첫 신규 임용 검사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윤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야간 로스쿨’, ‘온라인 로스쿨’을 내걸고 시간과 돈이 없어도 법조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기 어려운 사람, 생업 때문에 주간에 공부할 수 없는 사람 등 ‘흙수저’도 로스쿨에 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공개한 2022학년도 입학생 현황에 따르면 입학생 중 28세 이하가 83%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같은 통계는 로스쿨의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금수저’ 자녀만 진학이 가능하다는 의미로서, 실제로도 로스쿨은 사법시험 시절에 비해 사회 지도층, 부유층 자제의 비중이 커서 그동안 수차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로스쿨 제도는 미국 특유의 법조인 양성 제도인데, 한국에서는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5년 세계화 바람을 타고 처음 논의가 시작된 후 많은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하다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에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그에 따라 2009년 전국에 25개 로스쿨이 설치되면서 전격 도입됐다. 그간 법조인을 배출해 오던 사법시험은 로스쿨과 병행해 오다가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JTBC 드라마 로스쿨. 출처 JTBC

JTBC 드라마 로스쿨. 출처 JTBC

로스쿨 제도는 소수 선발로 법조 특권 계층을 만들어 낸 기존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애고, 변호사 수를 늘려 국민이 변호사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며, 대학의 고시 학원화와 ‘고시 낭인’을 없애고 충실한 교육으로 다원화·국제화된 시대에 맞춰 전문 법조 인력을 양성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한 번쯤은 예정한 대로 성과를 보이고 있는지 점검을 해 볼 때가 됐다.

위 법률 제2조에 따르면, 로스쿨은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풍부한 교양, 인간 및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건전한 직업 윤리관과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전문적ㆍ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 및 능력을 갖춘 법조인의 양성”을 그 교육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이념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또한 사법시험 시절 못지않게 고시 학원화됐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교육 이념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는 선뜻 그러하다고 답하기 어렵다.

한국은 1905년 법률 제5호로 변호사법이 공포되고 1906년 1호 등록 변호사가 탄생된 후 2006년 1만번째 변호사 등록이 있었는데, 1만명 돌파에 100년이 걸린 변호사 수는 로스쿨 제도에 힘입어 8년만인 2014년에 2만명을, 그 후 불과 5년만인 2019년에 3만 명을 각각 돌파했다. 로스쿨 제도로 변호사 수는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그 결과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어느 정도 낮아진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중앙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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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함에도 많은 로스쿨 교수들이 변호사 합격률을 더 높이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로스쿨 교육이 꼭 내실화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필자가 검사 시절 개발도상국 검사 교육 업무로 이집트 법무부에 출장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집트는 법대 4년을 졸업하면 모두 변호사 자격을 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집트에서는 변호사로 개업하는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변호사 자격이 있음에도 택시 기사, 여행 가이드 등의 직업을 택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로스쿨 졸업생 모두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겠으나, 이집트 사례를 보면 변호사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꼭 능사는 아닌 것 같다.

로스쿨 제도는 변호사 사무실 문턱을 낮춘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의 로스쿨 3년을 졸업해야 검사, 법원 재판연구원(로클럭), 변호사 등 법조인(판사는 현재는 7년, 2026년부터는 10년의 다른 법조 경력이 있어야 될 수 있다)이 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한국은 로스쿨이 설치된 25개 대학의 학부 법학과를 모두 폐지하고 로스쿨을 3년간 다니도록 하고 있으나, 우리보다 앞서 2004년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법학과 졸업생들은 2년, 비법학과 졸업생들은 3년 동안 로스쿨을 다니도록 하여 로스쿨 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청와대 사랑채 인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에서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2020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청와대 사랑채 인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에서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그리고 한국은 오로지 로스쿨 과정을 마친 사람만 변호사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데, 일본의 변호사 시험은 예비 시험 제도를 두고 이를 통과한 후 본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로스쿨 졸업생은 예비 시험을 면제해 주고 있다. 이로써 일본은 로스쿨을 다니지 않은 사람도 예비 시험을 통과하면 로스쿨 졸업생과 동등하게 본 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로스쿨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예비 시험 제도의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서민들도 변호사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려고 로스쿨을 도입했는데, 그 결과로 서민들의 자제들은 로스쿨을 다니기 어려워 검사 등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 로스쿨 제도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도입됐는데, 로스쿨 제도 하에서는 상고 출신으로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을 거쳐 대통령까지 된 노무현과 같은 인물은 더 이상 탄생할 수 없게 됐다.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을 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문제로 그간 사법시험 부활, 예비 시험 도입 등 주장에 이어 대통령 공약으로 야간 로스쿨, 온라인 로스쿨 등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수십 년 동안 시험의 공정성과 권위에 어떠한 문제도 없이 유지돼 온 사법시험도 몇 가지 문제로 폐지됐다. 이를 대체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으나, 로스쿨 제도가 꼭 사법시험 제도보다 우월한 제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 로스쿨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사법시험도 폐지된 마당에 로스쿨이라고 해서 꼭 원형대로 유지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론화된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은 다시 도래해야 한다.

로담(Law談) : 윤웅걸의 검사이야기
검찰의 제도와 관행, 검사의 일상과 경험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함으로써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검사와 검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를 통해 바람직한 형사 사법제도의 모습을 그려 보고자 합니다.

윤웅걸 변호사

윤웅걸 변호사

※윤웅걸 법무법인 평산 대표변호사. 전 서울지검 2차장검사/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제주지검장/전주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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