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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자 50% 늘었다, 축구팬들 스토리의 힘[BOOK 휴가철 추천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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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만이 살길 
리사크론 지음
홍한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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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설득이 시대의 과제가 됐다. 소통이 부족하면 믿음을 잃는다. 누구도 신뢰감을 주지 않는 사람과 미래를 도모하거나 일과 생활을 함께하며 진심을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강고해 보이던 권력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승패가 결정된 것 같았던 선거가 뒤집어지는 일도 소통과 설득 실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문제는 방법이다. 미국의 스토리 컨설턴트인 지은이가 제시하는 사례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2013년 브라질에서 만성적인 장기기증 부족을 오길비브라질이라는 기획사의 광고가 반전시킨 스토리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스포르트 헤시피’의 축구 팬들이 나와 “당신의 눈이 스포르트 헤시피의 경기를 계속 관전할 겁니다” “당신의 심장이 항상 우리 팀을 위해 뛸 겁니다”라고 외친다. 어떤 팬은 말한다. “제가 장기를 기증해서 제 폐가 라이벌 구단의 팬에게 가면, 그 사람은 스포르트 헤시피의 숨을 쉬는 거예요.” 이 광고가 나간 뒤 이 나라의 장기 기증은 50%가 늘었고, 이식 대기자는 0명이 됐다. 이웃 나라에서도 같은 캠페인을 따라서 시작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스토리에 빠져드는 걸까? 지은이는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 연구에서 답을 찾았다. 인간의 뇌는 스토리에 빠져들면 무의식중에 사물을 보는 관점이 바뀐다고 한다. 진화 과정에서 스토리 본능이 장착된 셈이다. 따라서 스토리야말로 무엇보다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자 상대를 설득하고 변화시킨 도구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인간은 사실만으로는 설득되지 않는다. 스토리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타인을 설득해 생각이나 감정을 바꾸려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듣는 상대방의 경험과 입장을 생각해서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게 바로 지은이가 말하는 ‘스토리’다. 서로 이해하고 통하는 이야기를 해야 생각이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홍수 시대에는 아무리 객관적이고 검증된 사실과 정확한 숫자, 일목요연한 도표를 제시해도 관심을 받기 쉽지 않지만, 인격화한 스토리를 제시하면 누구나 주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지은이의 지적에 귀가 솔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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