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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폭염에 6월 전력수요 최고…7~8월 수급 불안 신호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국에 폭염이 지속되는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가득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 앞으로 모자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전국에 폭염이 지속되는 4일 서울 시내 한 건물 외벽에 가득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 앞으로 모자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7)씨는 지난달 말부터 온종일 집안 에어컨을 틀고 있다. 낮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밤에는 후텁지근한 열대야 탓에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어서다. 김씨는 "작년보다 에어컨을 틀기 시작한 날이 보름은 빨라진 거 같다. 전기료 걱정은 들지만, 더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수요가 6월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가운데, 7~8월 전력 수요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월평균 최대 전력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 증가한 71.81GW(기가와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월별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6월에 70GW 선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최대 전력은 하루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때의 전력 수요를 의미한다.

6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것에는 일찍 나타난 덥고 습한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전날 오후 6시~다음날 오전 9시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때)가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 가동 등 전력 수요를 자극했다. 강원 동해안 등에선 30도 가까운 최저기온으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기도 했다.

지난달 21~23일, 27일~이달 1일엔 연달아 80GW 넘는 최대전력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엔 전기 공급 예비율(공급 예비력을 최대전력으로 나눈 비율)이 연중 최저인 9.5%까지 떨어졌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난방은 전기 말고도 가스·등유 같은 대체 수단이 있지만, 냉방은 전기밖에 없어서 며칠 연속 더워지면 수요가 폭증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내부 모습. 뉴스1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 내부 모습. 뉴스1

전력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요인이 많다. 북상 중인 4호 태풍 '에어리'가 불어올린 더운 공기로 당분간 낮 최고 35도 안팎의 습한 더위가 지속할 전망이다. 또한 기상청 여름철 전망에 따르면 7~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에 달한다. 매우 더운 날씨가 찾아올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폭염이 닥친 이달 1~3일 최대전력 수치는 작년 대비 8.4~19.4% 뛰었다. 전력거래소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에 따라 4~8일 전력수요가 88~91GW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예비율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4일 오후 6시 기준 최대전력은 89.83GW로 90GW에 육박하면서 올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예비율도 이날 한때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6월에 나타난 '역대급' 전력 사용 양상이 한여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전망에선 8월 둘째 주 전력 수요(91.7~95.7GW)가 정점에 올라설 것으로 봤지만, 이 피크가 더 빨리, 더 높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예측된 예비력(5.2~9.2GW)도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유승훈 교수는 "이대로 가면 8월 둘째 주로 예상된 전력 피크가 앞당겨지고, 수치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올여름이 어느 해보다 위험할 수 있다"라면서 "8월엔 휴가도 많이 가고 공장도 쉬니까 (전력) 여유가 있는데, 7월에 정점을 찍으면 수요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갑작스러운 전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공공기관 냉방기 사용 자제 같은 수요 감축 방안에다 추가 화력 발전 등도 전력 공급에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날씨와 전력 수요는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석탄 화력 등 예비 자원이 있고, 전력 피크를 미리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수급 차질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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