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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사랑의 매」 논쟁 불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30일 대법원이 학생체벌 사건의 여교사에게 유죄를 확정함으로써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체벌의 허용 한계를 둘러싸고「사랑의 매」논쟁이 뜨겁게 일고있다.
물론 이번 판결은 체벌에 따른 구체적인 학생의 부상정도 및 교사의 과실 여부를 가린 것이므로 교사체벌 자체의 전면적인 금지 여부를 다루는 일반적인 판례로는 볼 수 없다.
재판부도 이 사건이 교육계 내외에「사랑의 매」시비로 비쳐진 것이 부담스러워서인지 대법관 4명이 두차례에 걸쳐 합의하는 등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주심인 안차만 대법관은 판결 선고가 끝난 뒤 이례적으로 보충설명을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사랑의 매」인정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교사의 체벌과 학생이 입은 상처간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가 쟁점』이라며『지휘봉으로 학생을 때려 6주의 상처를 입힌 것은 교사의 징계권 및 교육권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따라서 재판부도 교육권의 한 형태로 일정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체벌은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의 이 같은 설명과는 달리 교육계에서는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유죄선고라는 상징성으로 말미암아 이 판결이 결과적으로 교사들의 교육권을 위축시키고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이며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일한 사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2심에서 유죄를 선고하는 등 결론이 달라 체벌한계를 둘러싸고 그만큼 논의 여지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교원단체 총연합은 이번 판결에 대해『체벌에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었으면 교사라도 마땅히 처벌받아야 되나 이번 사건의 경우 폭행의 고의가 없음에도 유죄를 선고한 것은 교육현장의 황폐화 현상까지 염려된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교원 단체들은 또『체벌이 정당화돼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교육관을 높이기 위한 순수한 의미의「사랑의 매」는 형사고발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전체 교원의 사기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교육현장에서 조그마한 체벌도 툭하면 고발하거나 문제삼는 풍토에 이번 판결이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형사문제와는 별도로 학생부모 측이 교육감과 여교사를 상대로 2천5백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대구지법에 제기해 놓고 있는 상태여서 민사소송을 통해 다시 한번 교사체벌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돼 이 결과 또한 주목거리다.<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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