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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벤투호가 작성한 천기누설 오답노트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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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A매치 4연전을 모두 마친 축구대표팀이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6월 A매치 4연전을 모두 마친 축구대표팀이 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4경기 2승1무1패 9득점 8실점.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6월 A매치데이 기간 중 남긴 성적표다.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중심으로 경기당 2.25골을 터뜨리며 분전한 공격진에 A학점, 수비 기둥 김민재(페네르바체)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흔들린 허리와 수비에 C학점쯤 매길 수 있는 결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 한국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집트(32위)와 A매치 평가전에서 4-1 대승을 거두며 6월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앞서 지난 2일 브라질(1위)을 상대로 1-5로 완패한 뒤 6일 칠레(28위)에 2-0으로 이겼다. 10일엔 파라과이(50위)와 2-2로 비겼다.

파라과이전에서 황당한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한국. [연합뉴스]

파라과이전에서 황당한 수비 실수로 선제골을 내준 한국. [연합뉴스]

수비 불안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4연전이었다. 벤투호 디펜스라인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를 3실점으로 마무리하고도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남미·아프리카의 강호들과 잇달아 상대하며 불안 요소가 한층 도드라졌다.

벤투 감독이 4년간 갈고 닦은 후방 빌드업(패스 위주의 점유율 축구)은 상대가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 여지없이 허물어졌다. 나와선 안 될 기초적인 실수들도 속출했다. 칠레전에선 상대가 한 명 퇴장 당해 수적 우위를 등에 업고도 연이은 수비 실수로 아찔한 실점 위기를 겪었다. 파라과이전은 수비진의 잇단 실책에 먼저 두 골을 내주고 후반 중반까지 끌려 다녔다.

벤투호는 6월 A매치 4연전 내내 부상으로 빠진 김민재의 대안을 찾지 못했다. [뉴스1]

벤투호는 6월 A매치 4연전 내내 부상으로 빠진 김민재의 대안을 찾지 못했다. [뉴스1]

이는 선수 기용 시스템과도 맞닿은 문제다. 벤투호 출범 이후 전술과 선수 구성의 변화를 최소화하고 플랜A 위주로 담금질한 시간이 길다보니 여러 포지션에서 사실상 주전과 비주전이 일찌감치 갈렸다. 플랜A에 집중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플랜B 관리가 부족했다.

그 결과 핵심 멤버 대신 그라운드를 밟은 대체 선수들이 충분히 녹아들지 못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수비진에선 김민재의 존재감을 대체할 카드가 보이지 않았고, 허리에선 정우영(알사드)의 파트너를 구하지 못했다. 황인범(서울)과 짝을 이룰 때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높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이 3선에 자리 잡으면 스루 패스, 중거리 슈팅 등 공격 재능을 내려놓고 수비에 가담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황인범은 중앙미드필더 정우영의 파트너로 유일하게 합격점을 받았다. [뉴스1]

황인범은 중앙미드필더 정우영의 파트너로 유일하게 합격점을 받았다. [뉴스1]

벤투 감독이 이집트전 직후 “(6월 A매치에서) 수비 불안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수비 과정에서 실수가 몇 차례 나온 것 뿐”이라 자평했는데, 대표팀 수비 경쟁력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빠르고 조직적인 압박에 대한 대처, 볼 키핑,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 시 선수들의 위치 선정, 안정감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및 풀백 부재, 김민재 부재 시 대안 발굴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면서 “이 시점에 벤투호의 약점을 정확히 확인한 건 오히려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형일 해설위원은 “빌드업이라는 전술의 특성 상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실수는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그 실수의 빈도를 줄여야 한다. 또한 공격수와 일대일 상황에서 고전하는 모습들이 보였는데, 상대 공격수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칠레전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A매치 100경기를 자축한 손흥민. [연합뉴스]

칠레전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 골로 A매치 100경기를 자축한 손흥민. [연합뉴스]

다행스러운 점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공격진의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브라질전에서는 한 골에 그쳤지만, 황희찬(울버햄프턴)과 황의조(보르도)가 득점포를 합작하는 과정이 브라질 언론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매끄러웠다. 이후 칠레전과 파라과이전(이상 2골), 이집트전(4골)은 멀티 골을 기록하며 순항했다.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황의조와 황희찬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골 결정력과 자신감을 되찾았고, 황의조와 원톱 자리를 다투는 조규성(김천)도 이집트전 득점포로 ‘출격 준비 완료’를 알렸다. 많이 뛰고 연계 플레이에도 능한 정우영(프라이부르크), 공간 침투 능력이 탁월한 엄원상(울산) 등 재능 있는 2선 공격수를 발굴한 것 또한 성과다.

브라질을 상대로 동점포를 터뜨린 뒤 포효하는 황의조. [연합뉴스]

브라질을 상대로 동점포를 터뜨린 뒤 포효하는 황의조. [연합뉴스]

2골을 터뜨린 주포 손흥민은 ‘월드클래스’다운 품격을 보여줬다. 벤투호 소집 멤버 중 6월 A매치 4연전에 유일하게 전 경기 선발 출장해 공격을 이끌었다. 칠레전과 파라과이전에 연이어 프리킥 골을 터뜨리며 월드컵 본선에서 세트피스 득점 기대감도 높였다.

손흥민은 주 포지션인 왼쪽 측면 이외에도 최전방, 2선 중앙, 3선 중원까지 폭넓게 움직이며 수준급 경기력을 선보였다. 체육훈장 청룡장 수훈, FIFA 센츄리 클럽 가입 등 긍정적인 기운을 높일 뉴스도 이어졌다.

한준희 위원은 “손흥민을 다양한 위치에 기용하며 상황에 따른 최적의 활용법을 연구한 점,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세트피스를 주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점 등은 6월 A매치의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둔 벤투 감독에겐 7월 E-챔피언십과 9월 A매치,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 본선을 앞둔 벤투 감독에겐 7월 E-챔피언십과 9월 A매치, 두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은 7월 19~27일 일본에서 열리는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참가해 국내파 최종 점검에 나선다. 이어 9월 19~27일에 월드컵 본선 개막 전 마지막 A매치 데이를 치른다. 축구협회는 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두 차례의 평가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구성하고 본선 대비 마지막 담금질에 나선다. FIFA 규정상 11월14일부터 소집이 가능한데, 그보다 시즌을 일찍 마치는 K리거들의 경우 먼저 소집해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카타르월드컵 본선 첫 경기는 11월24일 오후 10시에 킥오프하는 우루과이전이다. 이어 28일(오후 10시) 가나전, 12월 3일(오전 0시) 포르투갈전을 잇달아 치른다.

브라질을 비롯해 강팀들과 평가전을 치른 건 경기 결과를 떠나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다. [연합뉴스]

브라질을 비롯해 강팀들과 평가전을 치른 건 경기 결과를 떠나 대표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기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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