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정우영 극장골’ 벤투호, 파라과이와 2-2 무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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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동점골을 터뜨린 정우영(10번)이 동료 공격수 조규성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1-2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수비수 김영권(울산)이 후방에서 길게 올려준 볼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엄원상(울산)의 오른발 원터치 패스를 거쳐 정면에 있던 정우영(프라이부르크)에게 향했다. 군더더기 없는 오른발 논스톱 슈팅, 그리고 득점.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도전한 끝에 동점을 만들어낸 축구대표팀의 투혼에 관중석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이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랭킹 29위)이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미의 복병 파라과이(50위)와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터진 정우영의 극장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2일 브라질전(1-5패)과 6일 칠레전(2-0승)을 1승1패로 통과한 벤투호가 6월 A매치 4연전에서 기록한 첫 번째 무승부다.

후반 종료 직전 동점골을 터뜨려 한국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낸 정우영. [연합뉴스]

전반 초반 흐름을 주도하던 한국은 먼저 실점하며 흔들렸다. 전반 23분 파라과이 진영에서 넘어온 볼을 수비수 정승현이 처리하려다 뒤로 빠뜨렸고, 쇄도하던 상대 공격수 미구엘 알미론에게 빼앗겼다. 조현우와 맞선 알미론은 침착한 왼발 슈팅으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정승현(왼쪽)의 수비 실수를 틈타 볼을 가로챈 파라과이 공격수 알미론이 선제골을 터뜨리고 있다. [뉴스1]

벤투호는 후반 5분에 한골을 더 내줬다. 파라과이가 잡은 역습 상황에서 선제골 주인공 알미론이 한국 아크 서클 왼쪽에서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한 골을 보탰다.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세 명의 수비수가 신속하게 위험지역으로 복귀했지만, 알미론의 슈팅을 저지하지 못했다.

후반 5분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리는 파라과이 공격수 알미론. [뉴스1]

두 골 차로 뒤진 벤투호는 후반 22분 손흥민(토트넘)의 추격골로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 상대 아크 정면에서 황의조가 수비수와 경합하다 넘어져 프리킥 찬스를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오른발로 감아 차 득점에 성공했다. 앞서 칠레전 프리킥 골과 똑같은 위치였지만, 볼의 궤적이 달랐다. 골대 오른쪽 구석을 꿰뚫은 칠레전과 달리 손흥민의 발끝을 떠난 볼은 왼쪽으로 휘어져 꽂혔다.

수비벽을 넘어 파라과이 골대 왼쪽에 꽂힌 손흥민의 프리킥 골. [뉴스1]

2경기 연속 프리킥 득점을 기록한 손흥민은 개인 통산 A매치 33번째 골을 신고하며 이동국, 김재한 등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이 부문 공동 4위에 올랐다. 1~3위는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 박이천(36골)이다.

후반 22분 만회골을 터뜨린 손흥민이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정우영의 동점포가 터지며 기사회생했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해소하지 못해 먼저 2실점 했지만, 손흥민을 앞세운 공격진의 집중력이 빛을 발하며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파라과이는 지난 2일 일본 삿포로에서 치른 일본대표팀과 A매치에서 1-4로 완패한 바 있다.

파라과이전을 통해 희망과 우려를 함께 맛 본 축구대표팀은 오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아프리카의 강호 이집트를 상대할 예정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나란히 23골을 터뜨리며 공동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과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격돌하는 무대로 관심을 모은다.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대표팀과 이집트의 A매치 평가전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놓고 경쟁한 살라(왼쪽)와 손흥민이 대표팀 유니폼으로 바꿔 입고 치르는 리턴 매치로 기대를 모은다. 두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나란히 23골을 기록해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