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안내문.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가 월세 580만원(보증금 3억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같은 면적에서 최고가 월세 금액을 기록했다. 해당 면적에서 올해 18건의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는데 12건이 억대의 보증금을 낀 월세 거래였다. 전세계약은 6건에 그쳤다. 단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현재 나와 있는 매물도 전세보다 월세가 많다”며 “전세 매물의 경우 보증금이 20억원이 넘다 보니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리는 반전세 계약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전국 월세 거래 비중 57.8% #정부 다음주 전월세 대책 발표
임대차 시장에서 올해 들어 ‘월세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2020년 임대차3법이 시행된 지 약 2년 만에 전셋집보다 월셋집이 많아졌다. 결국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6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거래(34만9458건)의 57.8%(20만1891건)가 월세 계약이었다. 관련 통계가 온전히 공개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4월 월세 비중(50.1%)이 전세를 앞지른 데 이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임대차법이 통과한 2020년 7월 월세 비중은 38.9%에 불과했지만 이후 조금씩 오르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1~5월 월세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양주시로 70.7%에 달했다. 이어 파주시 57.5%, 안성시 51.3%, 의정부시 50.0% 등 순으로 집계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의 새 아파트일수록 월세 거래가 전세보다 많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월 입주 5년 이하의 수도권 아파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53.7%로, 전세(46.3%)를 앞질렀다. 여경희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 8월부터 갱신 만료된 신규계약 물건이 순차적으로 풀리는데, 주변 시세에 맞추거나 갱신계약을 포함한 4년 치 상승분을 미리 반영한 가격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세입자는 대출금리 이자 부담에, 임대인은 보유세 부담에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는 이르면 21일께 전·월세 대책과 분양가 상한제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대차2법 도입 2년을 앞두고 신규 계약할 때 전셋값이 급등할 우려에 대비해 버팀목 전세대출 등 전세대출 한도를 올리고, 월세 세액공제도 늘릴 전망이다. 또 단기적으로 전·월세 매물을 늘리기 위해 실거주 의무 규제를 완화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경우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가량 실거주를 해야 하는데 집주인이 입주일을 조정해 세를 놓을 수 있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또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때 6개월 내 전입해야 하는 조건도 완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