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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저격수' 前총리 "러, 무법독재 상태…우크라戰 2년 더 간다"

중앙일보

입력

미하일 카시야노프(65) 전 러시아 총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대 2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크라이나가 함락되면 그 다음 타깃은 발트해 국가(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야당 대표인 미하일 카시야노프가 지난 2017년 거리 집회에서 녹색 페인트에 맞은 뒤 얼굴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야당 대표인 미하일 카시야노프가 지난 2017년 거리 집회에서 녹색 페인트에 맞은 뒤 얼굴을 닦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카시야노프 전 총리와의 화상 인터뷰를 공개했다. 그는 2000년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대 정부에서 4년간 총리를 지냈지만 푸틴 대통령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뒤 해임됐다. 현재는 러시아 야당인 인민자유당 총수이자 '푸틴 저격수'로 불린다. 개전 이래 러시아를 떠나 유럽에서 은신 중이다.

그는 이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서방 일각에서 대두된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 양보를 통한 종전' 주장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카시야노프 전 총리는 만약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전선을 발트 3국으로까지 넓힐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서방이 그런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4일 외교적 해법을 위해 "푸틴에게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전쟁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침공 사흘 전인 2월 21일에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긴급회의에 최고 지도부를 소집하는 걸 보고서야 전쟁을 직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푸틴이 의학적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의미에서,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오른쪽)가 2004년 2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독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하일 카시야노프 전 러시아 총리(오른쪽)가 2004년 2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독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의 독단적인 국정운영 배경으로, 러시아 내에 그를 견제할 인물이나 시스템 부재를 꼽았다. 카시야노프 전 총리는 현재 러시아 정치 시스템에 대해 "완전한 무법 상태"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공포정치와 면책 특권에 기반해 독재 권력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카시야노프 전 총리는 "푸틴 주도하에, 러시아 국정은 소련 말기보다 더 냉소적이고 잔인한 KGB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다"고 주장했다.

다만 푸틴이 조만간 KGB 후신인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축출돼, 임시 후임자에게 권력을 넘기게 되리라고 예상했다. 그 후임자는 장기 집권에 실패해, 향후 러시아는 자유 민주국가로 탈바꿈할 것으로 봤다.

러시아의 탈공산화·탈푸틴화에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러시아는 경제·사회 뼈대부터 다시 재건해야 한다"면서 "국가 재건은 방대하고 어렵지만,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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