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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좌초설 음모론’ 신상철, 기소 12년 만에 무죄 확정

중앙일보

입력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에 대해 ‘좌초설’을 펼쳐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의 신상철(66‧천안함 민관 합동수사단 조사위원) 전 대표가 12년 만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위원.뉴스1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위원.뉴스1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9일 오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 전 대표에 대해 무죄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2심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신씨는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0년 3월 31일 발족한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에 당시 야당인 민주당 추천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성향인 정치평론 인터넷 사이트 ‘서프라이즈’ 등에서 국방부 장관‧해군참모총장을 비롯한 해군본부 소속 군인들이 ‘이미 사고 원인이 좌초라는 것을 규명했지만, 그 원인이 공개되는 것을 우려해 사고 원인을 은폐 또는 조작하고 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이러한 취지로 그해 3월에서 6월까지 총 34회에 걸쳐 천안함 침몰원인에 관하여 이른바 ‘좌초설’을 인터넷 게시글, 인터뷰, 강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함으로써 국방부 장관, 해군참모총장, 합동조사단 위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유죄 對 2심 무죄, 갈린 부분은…“똥을 찍어 드시랄 밖에”

1심 법원이 유죄라고 본 부분은 신씨가 게시한 천안함 관련 글 34건 중 2부분(4월 4일‧6월 11일)이다.

신씨는 “MB 정권과 해군 당국은 선체 조기 인양과 생존자 구출을 원치 않았다”면서 “3년만 무사 안녕하시면 되는 인간들이다. 지금까지 겪고도 모르면 글쎄.. 똥을 찍어 드시랄 밖에”(4월 4일)라고 적었다. “함미에 발생하였던 ‘스크래치의 흔적’이 사라진 것과 관련하여 철저히 조사하여 엄벌해 주시기 바랍니다”(6월 11일)고 쓰기도 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책임자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가지고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조작할 시간을 벌기 위해 생존자들이 살아 돌아올 수 없도록 구조를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사실을 단정적으로 설시했다. 매우 충격적인 내용으로서, 피해자들의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우려가 있고, 그 표현도 매우 자극적‧경멸적”이라고 유죄로 봤다.

스크래치의 흔적이 사라졌다고 의혹을 제기한 것 역시 “스크래치를 없앴다는 것은 허위사실에 해당하고, 합조단 위원이었던 신씨는 허위성에 대해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이라며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제7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거행된 가운데 기념식을 마친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아들이 안장된 천안함46용사묘역을 찾아 오열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서해수호 55용사 유가족과 김부겸 총리, 각 정당 대표, 육해공군 참모총장, 참전장병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중앙포토

제7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거행된 가운데 기념식을 마친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아들이 안장된 천안함46용사묘역을 찾아 오열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는 서해수호 55용사 유가족과 김부겸 총리, 각 정당 대표, 육해공군 참모총장, 참전장병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중앙포토

반면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국가기관이 아닌 ‘공직자 개인인 국방부장관, 해군참모총장’으로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신씨의 게시글이나 인터뷰 등의 전체적인 취지는 천안함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침몰 원인에 관하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설령 사실 적시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서 공직자나 집단의 구성원 개인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다거나 악의적 공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2심 역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수중 비접촉 폭발로 발생한 충격파와 버블 효과에 절단돼 침몰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증명됐다”며 내용은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비방할 목적, 거짓 또는 허위의 사실 및 피해자 특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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