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 세계가 “전기차 올인” 외치는데…일본만 ‘잘라파고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럽 전기차 시장을 놓고 한국, 일본, 중국 기업의 각축이 치열하다. [사진 현대차그룹 HMG저널 캡처]

유럽 전기차 시장을 놓고 한국, 일본, 중국 기업의 각축이 치열하다. [사진 현대차그룹 HMG저널 캡처]

유럽과 미국·중국 등 주요 국가가 전기차 중심으로 친환경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와 달리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의 주력으로 삼으면서 ‘다른 길’을 택했던 일본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7일 발간한 산업동향 보고서 ‘탈하이브리드를 지향하는 유럽연합(EU) 친환경차 정책’를 통해 “EU가 친환경차 중에서도 배터리전기차(BEV)와 수소연료전지차(FCEV) 지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EU가 전기차 지원책을 보다 강화하면서 내연기관차는 물론 친환경차 정책의 수혜를 누렸던 하이브리드차 역시 유탄을 맞게 됐다는 내용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전기자동차 충전소.[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전기자동차 충전소.[연합뉴스]

유럽 “하이브리드도 지원 끊는다”

핵심은 하이브리드차(HEV)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든 내연기관을 단 차량에는 페널티를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일랜드는 올 초부터 PHEV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 프랑스는 내년부터 대부분의 HEV와 일부 PHEV에 대한 한시적 세금 감면 규정을 폐지한다.

벨기에도 내년부터는 법인 차량에 대해선 전기·수소차가 아닌 경우 감가상각비 공제를 제한하고, 보조금 규모도 축소한다. 독일 역시 이르면 내년부터 PHEV에 대한 보조금 지급 종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프랑스·벨기에 등이 이처럼 강수를 두는 건 EU가 오는 2035년부터 모든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등을 동시에 사용하는 HEV도 엔진이 장착되기 때문에 이때부터는 판매 금지 대상이다.

이 같은 근거로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분석 결과도 인용했다. ICCT는 최근 “시험주행보다 실주행 시 전기주행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PHEV의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공식 기록보다 2~4배가량 높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 승용차 판매량 전망치. 그래픽 차준홍 기자

일본 승용차 판매량 전망치. 그래픽 차준홍 기자

유럽이 ‘굿바이 내연기관’을 외치고 있다면, 미국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았다. 조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새로 짓거나 기존 공장을 배터리·부품 공장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총 31억 달러(약 3조9000억원)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에도 별도로 6000만 달러(약 760억원)를 지원한다.

中, 국가 주도로 전기차 키워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미국이 지난해 발표한 기반시설법·국방물자생산법 등과 별개로 전기차 인센티브를 내놓은 것”이라며 “전기차 산업 육성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담긴 추가 지원책”이라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시간주 포드자동차에서 F-150 라이트닝 전기트럭을 시운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시간주 포드자동차에서 F-150 라이트닝 전기트럭을 시운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은 일찌감치 국가 주도로 전기차 육성책을 펼쳤다. 고성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선전무역관 부관장은 “유럽·미국·일본 등 전통적인 내연기관 강국의 자동차 기술을 단기간에 추월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은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전기차 산업을 키웠다”며 “덕분에 중국은 단기간에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발돋움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전기차 시장에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12월 전기차 전환 계획을 공개했지만, 충전 출력이 낮아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력이 낮을수록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대자동차 일본어 홈페이지의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일본어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 일본어 홈페이지의 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일본어 홈페이지 캡처]

미즈호은행 “2050년 車 수출 제로”

미즈호은행은 지난달 ‘2050년 일본산업 전망’을 발표하면서 “오는 2050년 일본의 자동차 생산량은 2019년(832만대) 대비 70% 감소하고, 수출은 ‘제로(0)’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나소닉·샤프 같은 일본 전자업체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지 못하고 삼성전자·LG전자에 역전당한 ‘잘라파고스(Jalapagos·일본과 갈라파고스의 합성어)’ 현상이 자동차산업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희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 충전 인프라도 부족하고, 기술 경쟁력도 떨어진다는 (일본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전기차 선도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보다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해외 시장 공략을 통해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