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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판이하게 다르다고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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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쌍둥이인데도 다르게 생긴 경우 이란성, 꼭 닮은 경우 일란성이라고 한다. 일란성 쌍둥이여도 얼굴이 닮았을 뿐 성격은 다르다고 한다. 이처럼 무엇이 다른 경우 그 차이가 크다면 “판이하게 다르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취향이 판이하게 다르다”가 이런 예다.

‘판이하다’는 ‘판가름할 판(判)’ 자에 ‘다를 이(異)’ 자를 써서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상태 등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판이하게 다르다”는 어떻게 될까? ‘판이하다’가 이미 ‘다르다’는 뜻을 담고 있으므로 “판이하게 다르다”는 “다르게 다르다”와 같은 중복된 형태가 돼 버린다. 따라서 “성격이 판이하다” “성격이 다르다” 또는 “취향이 판이하다” “취향이 다르다”처럼 ‘판이하다’나 ‘다르다’ 중 하나만 선택해 사용해야 한다.

이와 비슷하게 잘못 쓰는 표현으로 ‘상이하게 다르다’가 있다. “양측의 상의하게 다른 의견으로 회의가 부결됐다” 등처럼 쓰이기 일쑤다. ‘상이하다’ 역시 ‘서로 상(相)’ 자와 ‘다를 이(異)’ 자가 만나 이루어진 단어이므로 이미 ‘다르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상이하게 다른 의견’은 의미가 중복되므로 ‘상이한 의견’이나 ‘다른 의견’과 같이 둘 중 하나만 써야 한다.

“판이하게 다르다”거나 “상이하게 다르다”고 쓰는 이유는 ‘판이하다’ ‘상이하다’를 ‘아주’ ‘매우’ 정도의 뜻으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판이하다’와 ‘상이하다’는 모두 ‘다르다’는 뜻이므로 ‘다르다’와는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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