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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룟값 70만원 더 드는데 소 값 126만원 내려…농가 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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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3일 구례 한 농가에서 사료와 여물을 함께 주고 있다. 농가들은 최근 한우가격 하락 속에 사룟 값이 뛰자 사육 마릿수를 줄이거나 사료를 바꾸는 방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3일 구례 한 농가에서 사료와 여물을 함께 주고 있다. 농가들은 최근 한우가격 하락 속에 사룟 값이 뛰자 사육 마릿수를 줄이거나 사료를 바꾸는 방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도는 올해 상반기 한우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491억 원 상당의 사룟값 지원 대책을 세웠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룟값이 급등하면서 축산 농가들이 생산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반면 한우 가격은 지난해 가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농가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재 전국의 한우 사육 마릿수는 338만8000여 마리에 달한다. 2019년 308만 마리였던 한우 두수는 코로나19 사태 후인 2020년 323만 마리, 2021년 338만5000마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말에는 355만 마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코로나19 사태 후 한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소 가격이 2~3년 동안 좋은 시세에 거래되다 보니 농가들이 입식을 늘린 여파다.

한우 공급이 늘어나자 산지·도매 가격은 하락하는 추세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12월 한우 암소(600㎏) 한 마리가 평균 589만 원에 거래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엔 626만 원으로 크게 올랐고, 추석이 낀 지난해 9월엔 652만 원, 10월엔 675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3월 570만 원으로 고점 대비 15.6% 하락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549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450만 원 정도 하던 송아지 가격마저 330만~350만 원으로 낮아진 상태다.

반면 사룟값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은 농가를 압박하고 있다.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은 2020년 1㎏당 412원에서 지난해 462원으로 12.2% 올랐다. 농협사료는 한우 육성비육 사료(25㎏ 기준) 한 포대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1만2350원에서 하반기 1만3275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 3월 1만4325원까지 뛰었다. 농협사료 관계자는 “옥수수·소맥·대두박 등 원재료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사룟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하반기에도 한 차례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축산 농가들은 사육 마릿수를 줄이거나 사료를 바꾸는 방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6년째 한우를 길러온 최성식(32)씨는 “보통 30개월령 소 한 마리를 기르는 데 사룟값으로 200만 원을 썼는데 곡물 가격 상승으로 최근 250만~270만 원까지 올랐다”며 “생산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소 출하량을 한 달 8마리에서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사룟값이 너무 올라 술지게미라 불리는 주정박을 사료에 섞고 있다”며 “축사 2곳에서 한우 600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연말까지 100마리를 더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강원 횡성에서 한우를 키우는 이상노(68)씨는 사육 마릿수를 지난해 360마리에서 최근 280마리로 대폭 줄였다. 그는 “지난해에는 건초를 1㎏당 360원에 사 매월 900만 원가량이 들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1㎏당 550원까지 올라 매달 건초값으로만 1400만 원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가격 안정화 해법으로 공급량 감소 대책을 내놨다. 가임 암소 도축을 장려해 송아지 번식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전남도는 한우·젖소 사육 농가에 최대 6억 원의 사룟값 등을 지원한다. 김정수 농축산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앞서 지자체와 협의해 암소 4만 마리를 선제적으로 도축했다”며 “암소 도축을 더 늘리고 도축 수수료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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