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러軍…마을 유일 민간대피소 폭격, 60명 파묻혀 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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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90명이 대피해 있던 학교 건물을 폭격해 2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잔해에 파묻혔다.

7일(현지시간) CNN과 BBC 등에 따르면, 세르히 가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이날 러시아군 폭격기가 전선에서 11㎞ 떨어진 벨로고로프카 지역의 학교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돈바스 지역을 탈출하지 못한 마을 사람 대다수가 이곳에 숨어있었다"면서 "마을회관이 파괴된 뒤, 학교 지하실이 유일한 대피소였는데 러시아군이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벨로고로프카 지역에서 민간인 90명이 피신해 있던 학교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격으로 무너져 60명이 잔해에 갇혔다고 루한스크 주지사가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벨로고로프카 지역에서 민간인 90명이 피신해 있던 학교가 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폭격으로 무너져 60명이 잔해에 갇혔다고 루한스크 주지사가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이다이 주지사에 따르면 폭격은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발생했다. 그는 "폭격으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건물이 무너졌고, 소방관들이 화재를 진압하는데 3시간 가량 소요됐다"고 밝혔다. 잔해 속에서 30명이 구조됐지만, 이중 2명을 사망했고 7명이 다쳤다. 가이다이 주지사는 "건물 잔해 아래 남겨진 60명 전원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구조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2월 24일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최소 민간인 2345명이 사망했고 2919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난민 수는 1200만명에 이른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화상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거의 200곳에 이르는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이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전날 오후에는 하르키우에 있는 우크라이나 시인이자 철학자 흐리호리 스코보로다의 박물관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9일 러시아의 전승기념일과 관련해 "러시아는 이날 (제2차 세계 대전 때) 나치를 상대로 승리한 것을 기념하겠지만, (오늘날) 러시아의 행동을 보면서 '악을 완전히 물리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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