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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이재명, 인천 계양을 출마 기울어…‘명분 없는 등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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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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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대선에 출마했던 주자들의 발끝이 6·1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얘기다. 이 고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0.73%포인트 차로 석패한 지도, 안 위원장이 대선을 불과 엿새 앞두고 윤 당선인과 전격적으로 후보 단일화를 한 지도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났다. 대선주자들이 이토록 이른 시점에 보궐선거에 재출격한 전례가 없는 만큼 출마 배경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고문은 인천 계양을 출마로 기울고 있다. 이 고문 측 핵심 의원은 5일 중앙일보에 “측근들이 최근까지 만류했지만 지금은 그럴 단계가 완전히 지났다. 이 고문도 요즘 계양을 출마로 기운 상태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대선에서 패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아 회의론이 적지 않았지만 사나흘 전부터 기류가 급변했다는 설명이다.

압수수색 영장에 이재명 ‘국고손실 피의자’

“사법 리스크가 이 고문의 등판론을 키운 측면이 있다”(이재명계 의원)는 게 민주당 내 관측이다. 경기 남부경찰청은 지난달 4일 이 고문의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제시된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 고문이 국고손실죄 피의자로 적시됐고, 의전 업무를 했던 배모 사무관의 11년치 급여 등 5억5000여만원이 손실액으로 기재됐다고 한다. 이 고문 주변에서는 “이 고문을 엮기 위한 전방위 수사”라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성남 분당경찰서도 지난 2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6·1 지방선거 역시 이 고문의 등판 명분이다. 박찬대·이성만·정일영·허종식 등 민주당 인천 지역구 의원 4명은 이날 “이 고문이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함께 뛰어야 한다. 승리의 유일한 카드”라는 성명을 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의원도 “이 고문이 직접 뛰며 수도권 선거 열기를 끌어올려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대선 패배에 대해 성숙하고 나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 고문이 정치적 고향인 성남(분당갑)을 떠나 연고가 없는 인천(계양을)에서 출마하는 걸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분당갑 출마에 대해 당 지도부에선 “대선 시즌2가 될 수 있다”며 꺼리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난 3월 대선에서 이 고문은 인천 계양구에서 51.86%를 득표해 43.14%를 얻은 윤 당선인을 8.73%포인트 앞섰다. 반면에 성남 분당구에선 42.34%를 득표해 윤 당선인(55.0%)에게 12.66%포인트 뒤처졌다. 이 고문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결국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막아내기 위해 일단 국회 입성을 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겠다는 얘기다.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는 “패배한 대선후보로서는 전례 없는 행보이기 때문에 당내에 잠복한 갈등이 폭발하는 씨앗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6일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5일 “안 위원장이 출마하기로 결단했다. 인수위 마지막 공식 일정인 6일 오후 2시 수원 지역 순회 국민보고회 행사를 마친 뒤 현장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안 위원장은 측근들과 논의한 후 출마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안 위원장이 처음으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치르는 선거인 만큼 국민의힘에선 “안 위원장이 국민의힘 사람임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중진의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항상 ‘단일화’ 꼬리표가 붙었던 안 위원장으로서는 4년 만에 완주하는 선거를 치른다는 의미도 있다.

안철수, 4년 만에 완주하는 선거

안철수

안철수

안 위원장의 이번 출마는 당권 도전을 알리는 신호탄 성격이 강하다. 이미 윤 당선인과의 후보 단일화 때 “국민의힘을 실용적이고 중도적인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일을 꼭 하고 싶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3월 30일 국무총리직을 고사했을 때도 당권 도전으로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안 위원장이 분당갑에서 당선되고 경기지사 선거까지 도움을 줄 경우 당권 도전의 명분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국민의힘 내부 견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당장 이준석 대표가 안 위원장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일 “꽃가마는 안 태워드린다”며 전략공천에 부정적이던 이 대표의 발언이 다음 날 “전략공천은 신청 시기와 관계없다”고 조금 누그러지긴 했지만, 이 대표가 껄끄러운 관계인 안 위원장의 당권 도전을 쌍수 들고 환영할 가능성은 작다. 잠재적 당권 경쟁자로 분류되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안 위원장이 험지에 가서 이겨주면 좋겠다”며 인천 계양을 출마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당내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안 위원장이 분당갑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더라도 당 대표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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