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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200만원→270만원, 소값은 폭락…한우 농가는 울고싶다

중앙일보

입력

한우 사육두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소값 폭락과 함께 사료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우농가에서 최성식(32)씨가 송아지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우 사육두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소값 폭락과 함께 사료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우농가에서 최성식(32)씨가 송아지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0개월 사룟값, 마리당 200만원→250만원 

“사룟값이 너무 올라 술지게미라 불리는 주정박을 사료에 섞고 있어요.”
충북 청주에서 6년째 한우를 길러온 최성식(32)씨는 요즘 치솟는 사룟값에 발을 구른다. 최씨는 “보통 30개월령 소 한 마리를 기르는 데 사룟값으로 200만 원을 썼는데 곡물 가격 상승으로 최근 250만~270만 원까지 올랐다”며 “생산비를 감당할 수가 없어서 소 출하량을 한 달 8마리에서 두 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그는 “축사 2곳에서 한우 600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연말까지 100마리를 더 줄일 계획”이라고 했다. 자체 생산한 혼합사료(TMR)를 기준으로 지난해 초와 비교해 한달 사룟값으로 1000만 원 이상을 더 쓰고 있다. 최씨가 만든 혼합사료엔 수입산 대두박과 옥수수·볏짚이 들어간다. 하지만 대두박 가격이 몇 달 새 14%나 오르면서 값이 저렴한 주정박과 녹차박으로 교체했다. 볏짚과 수입 풀, 송아지용 포대 사룟값도 줄줄이 올랐다.

급등한 사룟값과는 달리 한우 출하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씨는 “지난해 추석 때 도축 한우 1㎏에 2만8000원~2만9000원을 받았는데 최근엔 2만3000원~2만4000원으로 17% 이상 하락했다”며 “28개월령 암소를 기준으로 한 마리당 180만 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있는 한우농장에서 소들이 농장 밖 소식에 귀기울이고 있다. [뉴스1]

경북 포항시 남구 연일읍에 있는 한우농장에서 소들이 농장 밖 소식에 귀기울이고 있다. [뉴스1]

전국 한우 338만 마리…코로나 호재에 사육 증가

국제 곡물 가격 상승으로 사룟값이 연거푸 오르면서 전국 축산 농가가 생산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한우 가격은 지난해 가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농가들이 소 번식자체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 2년간 축산농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증가한 쇠고기 수요에 맞춰 한우 입식을 늘렸는데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 한우 사육 마릿수는 338만8000여 마리로 집계됐다. 2019년 308만 마리였던 한우 사육 규모는 코로나19 사태 후인 2020년 323만 마리로 증가한 데 이어 2021년 338만5000마리로 늘었다.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말 355만 마리로 5%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박성규 충북도 축산정책팀 담당은 “코로나 사태로 한우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소 가격이 2~3년 동안 좋은 시세에 거래되다 보니 농가들이 입식을 늘렸다”고 말했다.

한우 공급이 늘어나자 산지·도매 가격은 올해 들어 하락하는 추세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 따르면 2019년 12월 한우 암소(600㎏) 한 마리가 평균 589만 원에 거래됐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12월엔 626만 원으로 크게 올랐고, 추석이 낀 지난해 9월엔 652만 원, 10월엔 675만 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3월에 570만 원으로 고점 대비 15.6% 하락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549만 원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450만 원 정도 하던 송아지 가격마저 330만~350만 원으로 낮아진 상태다.

한우 사육두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소값 폭락과 함께 사료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우농가에서 최성식(32)씨가 소들에게 먹일 직접 만든 사료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우 사육두수가 사상 최대치로 치솟으면서 소값 폭락과 함께 사료값이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한우농가에서 최성식(32)씨가 소들에게 먹일 직접 만든 사료를 설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옥수수·대두박·소맥 줄줄이 인상 “하반기 더 올라” 

반면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 상승은 농가를 압박하고 있다.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은 2020년 1㎏당 412원에서 지난해 462원으로 12.2% 상승했다. 농협사료의 경우 한우 육성비육 사료(25㎏ 기준) 한 포대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1만2350원에서 하반기 1만3275원으로 오른 데 이어 지난 3월 1만4325원으로 1050원 더 올랐다. 농협사료 관계자는 “옥수수·소맥·대두박 등 원재료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사룟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며 “하반기에도 한 차례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업관측센터는 2분기 곡물 수입단가지수가 전 분기 대비 10.7%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지수는 지난해 2분기 대비 48%p 상승한 상황이다. 비육우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해 대비 12.2% 상승했다.

축산 농가들은 사육 마릿수를 줄이거나 사료를 바꾸는 방법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강원 횡성에서 한우를 키우는 이상노(68)씨는 사육 마릿수를 지난해 360마리에서 최근 280마리로 대폭 줄였다. 이씨의 경우 지난해에는 건초를 1㎏당 360원에 사 매월 900만 원가량이 들었다. 하지만 건초값이 꾸준히 올라 현재 1㎏당 550원에 이르면서 매월 건초값으로 1400만 원을 쓰고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소 한 마리 한우 할인 행사에서 고객들이 한우 부위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열린 소 한 마리 한우 할인 행사에서 고객들이 한우 부위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조기 출하·암소 도축” 정부·지자체 공급량 조절 

이씨는 “건초 수급이 안 되고 사룟값도 계속 올라 어쩔 수 없이 사육 두수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6월에 건초와 사룟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축산농가마다 걱정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우 가격 안정화 해법으로 공급량 감소 대책을 내놨다. 가임 암소 도축을 장려해 송아지 번식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김정수 농축산부 축산경영과 사무관은 “앞서 지자체와 협의해 암소 4만 마리를 선제적으로 도축했다”며 “암소 도축을 더 늘리고 도축 수수료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각 지자체는 한우 인공수정 사업비를 줄이거나 조기 출하 장려금 지급 등을 준비 중이다. 전남도는 올해 상반기 491억 원 상당의 사룟값 지원 대책을 세웠다. 한우·젖소 사육 농가에 최대 6억 원을 지원한다. 지선우 농업관측센터 연구원은 “코로나로 인해 한우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농가들이 2년 전부터 암소 도축을 미뤘다”며 “품질이 저하된 한우를 중심으로 사육 두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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